국제일반
“우크라서 실종된 갓난아기, 왜 러 거물정치인 손에?” 의혹 증폭
뉴스종합| 2023-11-24 17:35
이고르 카스튜케비치 러시아 하원의원(왼쪽)이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아동 보호소에서 어린이들을 차에 태워 가는 모습. [카스튜케비치 의원 텔레그램. 트위터]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아기가 러시아로 납치돼 정치인 부부에게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여아가 러시아의 친정권 성향 야당 '정의 러시아당' 대표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는 BBC의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의 추적 결과였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러시아가 헤르손을 점령했을 때 지역 아동 보호소에서 실종, 납치된 어린이 48명 중 가장 어린 나이였던 마르가리타의 행적을 추적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당시 생후 10개월이었던 마르가리타는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때 담당 의사인 나탈리야 류티코바에게 자신을 '모스크바에서 온 아동 문제 책임자'라고 밝힌 한 의문의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이 떠난 직후 병원은 아동 보호소를 담당하게 된 러시아 당국자로부터 마르가리타를 즉시 보호소로 돌려보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일주일 뒤 마르가리타가 퇴원해 보호소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보호소 직원들에게 아이들의 여행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약 7주 뒤인 그해 10월 러시아 하원의원인 이고르 카스튜케비치가 다른 당국자들과 함께 보호소에 들이닥쳤고, 마르가리타 등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갔다.

보호소 간호사인 류보프 사이코는 "우리 손에서 아이들을 빼앗아 데려갔다"며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우리 모두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BBC 취재진은 우크라이나의 인권 조사관 빅토리아 노비코바와 함께 해당 보호소에 있던 아동 48명을 추적하면서 지난해 8월 병원에 입원한 마르가리타를 찾아온 여성이 '이나 발라모바'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러시아 의회에서 일하는 점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취재진은 곧 러시아의 소식통으로부터 발라모바가 최근 미로노프 대표와 결혼했다는 정보도 얻었다.

정의 러시아당 대표이자 하원 원내대표는 미로노프는 2004년, 2012년 러시아 대선 후보로도 나선 적 있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미로노프 부부를 주시한 취재진은 이들 부부가 부모로 올라와있는 '마리나'라는 여야의 출생기록을 찾아봤고, 마리나의 생일이 마르가리타와 같은 2021년 10월31일이라는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미로노프는 이런 보도 내용과 관련해 마르가리타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등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3일 텔레그램에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거짓 정보 공격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마르가리타가 있던 아동 보호소는 부모가 없거나 양육권을 잃은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마르가리타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고, 아버지 또한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터진 뒤 러시아로 끌려간 것으로 확인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1만9546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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