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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보면 태권브이 만든 줄”…로봇株, 어디까지 날아 오를거니? [신동윤의 나우,스톡]
뉴스종합| 2023-11-25 06:31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깜빡하고 상장 당일날 공모주를 팔지 못할 때만해도 ‘아, 물렸구나’ 싶었었는데. 그대로 들고 지금까지 기다린 결과 주가가 이렇게 대박을 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국내 유명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기자의 지인 A(37) 씨가 최근 메신저로 한 말입니다.

지난달 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당시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가(2만6000원)와 비교했을 때, 지난 24일 종가 기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3배 가까이로 치솟았습니다. 한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선 “주가를 보면 태권브이(V)를 개발한 줄 알겠다”는 장난 섞인 말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A 씨가 들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불과 3주로, 차익은 15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긴 한데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모주를 상장 첫날 팔지 못하면 물리기 십상인 현실을 감안하면 ‘혜자로운’ 결과인 것만은 분명하죠.

주목할 점은 올 한 해 급등세와 급락 조정세를 수 차례 거쳤던 로봇주(株)가 11월 들어 전반적으로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죠.

두산로보틱스, 11월에만 주가 2배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주요 로봇주들은 주가가 수직 상승하는 ‘불타는 11월’을 다 같이 경험하는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상승폭이 단연 돋보인 종목이 바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입니다. 11월 한 달에만 주가가 99.73%(3만7250→7만4400원) 상승했습니다. 사실상 주가가 두 배로 뛰어오른 셈이죠.

코스닥 시장 상장 로봇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 역시 눈에 확 띄는 수준입니다. 로보티즈(26.19%)를 필두로 티로보틱스(18.30%), 로보스타(18.14%), 뉴로메카(17.32%), 레인보우로보틱스(16.52%), 유진로봇(10.59%) 등의 주가 상승률이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로봇주는 올해 초부터 주요 ‘테마주’로 꼽히며 주가 급등세와 조정세가 반복돼 왔었습니다. 전반적인 K-로봇주들의 흐름은 이들 기업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KODEX K-로봇액티브’의 흐름을 통해 알 수 있는데요.

올해 로봇주는 총 3회에 걸쳐 상승장세가 발생했습니다. 1차는 연초부터 3월 말까지의 흐름인데요. 1월 2일 9344로 시작했던 ‘KODEX K-로봇액티브’ 지수는 3월 30일 1만3480으로 석달 만에 44.26%나 오른 것이죠. 이후 횡보세를 계속하던 로봇주의 2차 상승세는 8~9월에 걸쳐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 26일 1만2620이던 해당 ETF 지수는 연고점을 기록한 9월 11일 1만5715로 두 달도 되지 않아 24.52% 상승하면서입니다. 하지만, 10월까지 계속된 급락세로 해당 지수는 지난달 27일 1만2330까지 내려앉으며 2차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11월 들어 보여준 급등세로 24일 현재 해당 지수는 1만4265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연기금이 사랑한 로봇주…지능형 로봇법, 주가 급등 핵심 키워드

이번 로봇주들의 상승세의 밑바탕엔 ‘기관’ 투자자들의 강력한 순매수세가 깔려 있습니다.

특히, 코스피 로봇 대장주 두산로보틱스와 코스닥 로봇 대장주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서 만큼은 기관 투자자의 활약이 눈에 띌 정도입니다. 각각 535억원, 264억원 어치 순매수세를 보이면서죠.

[두산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처]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연기금’의 경우엔 11월 코스피, 코스닥 시장 통틀어 순매수액 1위 종목이 904억원을 기록한 두산로보틱스였습니다. 2위 삼성SDI(724억원), 3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441억원), 4위 카카오(405억원), 5위 크래프톤(360억원) 등과 격차도 상당한 수순이었고요.

무엇보다 로봇주들의 주가가 상승한 결정적 요인으로는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의 시행이 꼽힙니다. 지난달 도로교통법 개정에 이어 지난 17일부터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지능형 로봇의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죠.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될 경우 로봇이 사람처럼 ‘보행자’의 지위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동안 특정한 실내 공간에서만 움직일 수 있던 로봇이 일반적인 실외 보행로 등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인데요. 이로써 로봇을 통한 물류 배송, 순찰, 방역, 청소 등과 관련된 기술 개발은 물론, 로봇과 협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일자리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산로보·레인보우로보, 조기 흑자 전환 기대감 솔솔

사실 그동안 로봇주들이 잘 나갔을 때도 결정적으로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바로 ‘실적’에 대한 우려입니다.

우선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올해 3분기 매출 125억원, 영업손실 61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연간 흑자를 달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계속 나오는 상황입니다. 올해 말까지로 계획했던 판매채널 103개 확보 목표도 조기에 달성한 점도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죠.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판매채널 확대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보다는 외형 성장 효과가 우세하단 판단”이라며 “2026년까지 판매채널 확대 계획을 216개로 제시한 바 있으며, 로봇에 대한 수요가 있는 미진입 시장에 대한 진출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올해 3분기 매출 105억원, 영업손실 227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에 다소 문제를 보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우에도 향후 전망 만큼은 어둡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내년 매출이 올해 대비 3배 정도 늘어난 320억원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 8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습니다.

중장기적 상승 모멘텀을 로봇주가 마련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 산업의 성장 방향성이 명확하다”며 “기술력과 인재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기대감 등이 로봇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이죠.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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