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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 도배 값이 왜 이래?” 100만원도 우습더니, 더 오르게 생겼다
뉴스종합| 2023-12-01 16:51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도배도 비싸서 못 하겠네.”

구축 빌라로 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 A씨는 도배 값을 알아보곤 깜짝 놀랐다. 작은 거실 겸 주방에 방 하나짜리 집인데 도배 견적을 알아보니 100만원 가까이 달라는 것. 그는 “간단히 도배만 하려고 했는데, 비용을 보니 간단한 일이 아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제 곧 도배 비용은 더 오를 것이 유력하다. 12월부터 벽지 가격이 대폭 상승하기 때문이다. 도배 뿐 아니다. 책도 전단지도 모두 오른다. 제지업계가 12월부터 일제히 종잇값을 인상하면서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솔제지, 한국제지, 무림페이퍼 등 국내 주요 제지업계가 일제히 12월 1일부로 가격을 추가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인상 시점이나 가격 인상 폭까지 모두 동일해 논란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사전에 가격 인상 담합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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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지업계 시장 점유율 1위(약 47.6%)인 한솔제지를 비롯, 한국제지와 무림페이퍼 등은 최근 고객사에 가격 인상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각 사가 공문에 언급한 가격 인상 사유는 유사하다.

한솔제지는 “경기침체와 저성장 장기화, 고금리에 따라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고, 한국제지 역시 “불안정한 글로벌 이슈와 유가와 전력비용이 상승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3개사가 고객사에 발송한 공문 중 일부. 가격 인상 시점과 가격 인상 폭이 동일하다. [독자 제공]

가격 인상 폭도 동일하다. 3개사 모두 인쇄용지의 경우 할인율 8%, 고급 인쇄용지의 경우 할인율 5%를 인하하기로 했다. 제지 거래의 경우 기준가격에서 구매에 따른 할인율을 적용하게 된다. 할인율이 줄어들면 실제 구매 가격은 오르는 구조다.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는 12월 1일부터, 한국제지는 주말 이후 영업일인 4일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통보했다. 사실상 가격 인상 시점까지 3개사가 모두 동일한 셈이다.

해당 공문들을 전달받았다는 한 인쇄업체 대표는 “통상 업계 1위인 한솔제지가 가격을 인상하면 추후 다른 업체들이 인상하는 식이었다”며 “이번엔 인상 시기나 인상 폭까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대표도 “코로나 사태나 국제 분쟁, 유가 급등 등 최근엔 크게 특별한 외부 변수도 없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대형 제지 회사가 동시에, 동일한 폭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건 가격 담합 소지가 상당히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쇄용지 외에 벽지 가격도 인상했다. 한솔제지는 12월 1일부로 1t 당 15만원씩 가격을 인상한다고 공문에 밝혔다.

한 벽지업계 관계자는 “수년 동안 t당 120만원 전후로 유지됐지만 작년 4~5월께 갑자기 t당 170만원으로 50만원이나 인상됐다”며 “1년여 만에 또 15만원이 오른다니 영세한 벽지업체는 더이상 버티기 힘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숨고 등 도배 서비스와 연결하는 커뮤니티에서도 현재 도배 공사 비용의 평균가격만 80만원 이상이고, 100만원이 넘는 도배 공사 비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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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을 단행한 제지업계들도 최근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나 급감했고, 매출액도 같은 기간 15% 감소했다. 무림페이퍼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3%나 떨어졌고, 매출도 15.5% 줄었다. 한국제지는 올해 3분기에 가까스로 흑자전환했지만 상반기 적자 폭도 만회하지 못한 상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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