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베네수엘라 ‘이웃땅 편입’ 놓고 국민투표
뉴스종합| 2023-12-04 11:39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남미의 이웃국가 가이아나 땅인 에세퀴보의 자국 영토 편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무장한 정부군 소속 대원이 수도 카라카스의 투표소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뒤쪽 벽에는 에세퀴보 지역이 베네수엘라 영토로 표기된 지도가 그려져 있다. 분쟁지역은 15만9500㎢ 규모로 사진 속 지도에선 오른쪽 아래로 튀어나온 부분에 해당한다. [AFP]

석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남미 가이아나 땅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베네수엘라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 영토 편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주권자 국민들의 절대적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우리는 헌법적, 평화적, 민주적 수단을 통해 영토 박탈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결과를 앞으로 한 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마두로 정부는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500㎢ 규모 영토와 그 유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중의 지지 의사를 모으기 위해 이번 투표를 진행했다.

현재 가이아나 땅인 해당 지역은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크기와 비슷한 가이아나의 총 국토 면적(21만㎢)중 3분의 2가 넘는데다 가이아나 전체 인구(80만명) 중 12만5000여명이 살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구는 2800만명이다. 특히 2015년 미국 기업 엑손모빌이 에세퀴보 앞바다에서 석유를 발견한 이후 지난 9월 가이아나 정부가 에세퀴보 해역 석유 탐사 허가권을 놓고 입찰하는 경매를 열자 긴장감은 고조됐다. 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은 100년 이상 지속됐다. 1899년에 당시 중재재판소가 현재의 가이아나 땅이라고 판정했지만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며 분쟁으로 끌고 갔다.

베네수엘라 국민투표는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ICJ 역시 지난 1일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 주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자제할 것”을 명령했다.

베네수엘라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번 국민투표를 내년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마두로 대통령이 민족주의 분위기를 고취하고 공정 선거에 대한 국내외 요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양국과 국경을 맞댄 브라질 정부는 지난 1일 “국경 지역에서의 국방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지난 달 말 군 지휘관과 함께 해당 지역을 찾아 지역 주민을 안심시키는 한편 “우리에 대한 주권 침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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