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퇴직 경찰·교사 2700명 학교폭력 조사 투입한다…실효성 논란도
뉴스종합| 2023-12-07 13:36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 전담 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퇴직 경찰·교사 2700명이 투입돼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맡는다. 기존에 교사들이 맡았던 학교폭력 업무부담을 줄이고 악성민원 문제도 해소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학교폭력 조사를 위해 피·가해 및 목격 학생들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 등에서 결국 교사 도움이 필요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SPO)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를 신설해 현재 교사들이 담당하는 학교폭력 사안조사 업무를 맡는다. 채용 규모는 2700명으로, 전국 17개 교육지원청별 15여명이 배치된다.

조사관은 퇴직 경찰과 교원이 맡게 된다.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오래 맡아온 이들을 중심으로 추가 연수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받는 급여 등 처우는 현재 시도교육청별 예산 규모를 협의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달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며, 월 2건 정도를 조사하는 봉사위촉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인건비 규모 역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및 학교폭력 사례회의 신설에 따른 학교폭력 사건 처리 절차. [교육부 제공]

조사관은 기본적인 사안조사를 토대로 개별 사례들을 자체 종결할지, 혹은 처벌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학교폭력 사안이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피해학생이 자체해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시도교육청 산하 학교폭력제로센터(가칭)에 설치되는 사례회의를 거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를 요청한다. 학교폭력제도센터 역시 신설되는 제도다. 학교폭력제로센터장 주재 하에 조사관, 학교전담경찰관(SPO), 변호사 등이 참여해 조사관 조사를 검토·보안한다.

정부는 조사관 제도를 통해 교원들의 업무부담 및 악성민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교육의 본질적 업무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싶다는 교사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학교 구성원 중심으로 학교폭력을 조사하면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제3자의 조사에 대한 현장의 선호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관 제도가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한 교육지원청 학폭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현재 교사들도 사안조사 시 목격자 확보가 쉽지 않아, 자료가 굉장히 부실한 경우가 많다”며 “법적 권한이 없는 퇴직경찰이나 교사가 얼마나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SPO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규모도 늘린다. 현재 1022명인 SPO 정원에서 10%(105명)을 늘려 1127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SPO는 기존의 학교폭력 예방활동과 가해학생 선도, 피해학생 보호 업무에 더해 조사관과 관내 학교폭력 사건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학교폭력 사례회의에도 참여해 자문 역할을 한다.

학폭위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교육지원청 학폭위 위원으로는 SPO를 의무적으로 위촉하고, 법률전문가 비중도 늘린다. 학교폭력사례회의가 분석·체계화한 학교폭력 사례도 활용해 심의의 객관적 기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들이 학교폭력 부분에 있어서도 교육적 해결에 전념하고 본연의 교육기능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학교폭력 자녀를 보호하거나, 학교장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사회문제가 커진 상황에서 교원들이 이 부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진일보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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