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조국 다시 일으킬 것” 극우 돌풍 밀레이…‘위기의 아르헨’ 구할까
뉴스종합| 2023-12-11 05:56
지난 10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마일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정부 청사 카사 로사다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수렁에 빠진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격변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연간 130∼140%대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과 40%대 빈곤율 등 무너진 경제난 속에서 어떠한 ‘극약 처방전’을 내릴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연방의회 앞 광장으로 나온 밀레이 대통령은 미리 준비된 연단에서 취임연설을 통해 경제위기 속 강력한 개혁을 통한 해결의지를 보였다. 그는 “현재보다 더 나쁜 유산을 받아 든 정부는 없다”며 “재정 및 수출 쌍둥이 흑자를 자랑하던 전 정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연간 1만50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국가를 전리품으로 간주하여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모델은 종식할 것”이라며 “비바 라 리베르타드, 카라호”(자유 만세, 빌어먹을)이라는 특유의 구호를 3번 외치며 시민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리베르타드는 그의 소속정당인 자유전진당의 약칭이기도 하다.

▶밀레이 “GDP 5% 달하는 공공 부문 재정 조정”…정부 부처 18→9개로 축소=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공약이기도 했던 여성인권부와 환경부, 노동 사회보장부 등 일부 부처 폐쇄로 정부 지출 삭감을 위한 부처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매체 라나시온은 새 정부가 애초 8개로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보건부가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유지된 부처들은 ▷외교부 ▷국방부 ▷내무부 ▷경제부 ▷법무부 ▷보건부 ▷치안부 등이다. 이외로 기간시설부와 인적자원부 등은 기존 부처 업무 조정을 거쳐 신설됐고 장관급은 수석장관까지10명 선으로 꾸려졌다.

반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개발부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환경부 ▷여성인권부 등이 사라졌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대부분 진보 정권에서 ‘힘 있던’ 부처들이다. 각 기능은 대통령 비서관실로 이관되거나 다른 부처로 흡수됐다.

이와 관련,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면서 “GDP 5%에 달하는 공공 부문 재정 조정을 비롯해 강력한 경제난 극복 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왼쪽)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의회를 나서며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와 함께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정부 부처 장관들 비공개 임명…여동생은 비서실장으로=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에도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그는 선서에 별도 연설 없이 퇴장했다. 연방 의회에서 취임 선서 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은 대통령은 지난 1983년 민주화 이후 밀레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취임 행사 직후에는 정부 부처 장관을 비공개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현지 매체들은 “일정 공지 없이,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은 채 장관 임명식을 진행한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여동생 카리나를 비서실장에 전격 임명했다. 카리나는 밀레이 선거 캠프 내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키맨’으로 알려져 있다. 규정상 배우자를 포함한 친족을 대통령실과 부처를 포함한 공직에 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간 클라린은 “배우자를 포함한 친족을 대통령실과 부처를 포함한 공직에 들일 수는 없다는 기존 규정을 대통령실에서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현지 매체들조차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과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 당선인이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

▶달러화 도입·중국 교역 비판 등 입장에는 신중…선동가 이미지 벗고 합리적 보수로=말레이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전기톱 퍼포먼스 유세’를 벌이는 등 돌출적인 언행으로 국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고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중앙은행 폐쇄 및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운 것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 유세에서 내세웠던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 등 주요 공약 이행에 대해선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그는 여소야대 국면 속에 첫 내각을 온건파로 꾸렸다. 밀레이 당선인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달러화 도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루이스 카푸토를 경제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로 말레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언과는 달리 ‘달러화 도입 선봉장’ 에밀리오 오캄포 대신 산티아고 바우실리 전 재무장관을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로 낙점했다. 카푸토와 바우실리 내정자 모두 우파 마우시리오 마크리 정부의 핵심 관료 출신이다.

이는 여소야대 지형에서 반대 정파를 끌어들이며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환경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이라는 핵심 공약 이행을 위한 개혁 드라이브를 초반부터 제대로 걸 수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본선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뒤 결선투표 선거운동 과정에 마크리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운 부분도 내각 구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선거운동 과정에 중국과 브라질,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이었던 입장을 현실로 옮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역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밀레이 정부가 중국이나 브라질을 등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과 중국은 지난해 총교역액 기준 대외 교역국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의 경우 수출액 126억6500만달러만 놓고 보면 수출액 2위인 중국(80억 2억2000만달러)과 3위인 미국(66억7500만달러)을 합친 것과 비등한 수준이다.

다만, 밀레이 정부는 지난 8월 받은 승인으로 내년 1월 가입을 앞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선 “실제적 이점이 없다”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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