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A씨가 올린 2년 전 당근마켓에 내다 판 밥솥 사진. 함께 찍힌 고양이를 기억한 구매자가 A씨에게 고양이 간식을 드림하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보배드림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거래하다 결혼까지 이어진 남녀의 사연이 전해졌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전날 “2년전 제 밥솥 사간 남자와 결혼하게 됐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와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글쓴이 A씨는 “2년 전 제가 당근으로 판매한 밥솥을 사갔던 남자와 한 달 뒤 결혼하게 된 예비신부”라며 “지인들도 저희의 첫 만남이 당근거래였다는 걸 들으면 신기해하고 궁금해하셔서 저희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당근에도 소식을 전해본다”며 운을 띄웠다.
글쓴이 A씨가 올린 청첩장. [보배드림 갈무리] |
그는 “간혹 서로 첫 눈에 반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당시 코로나로 둘 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며 “저는 추리닝 입고 등산 가던 길에 밥솥 들고 나갔고 신랑은 현찰을 바로 건네주더니 쿨하게 떠났다”고 했다.
인연은 거래를 마친 뒤로도 계속됐다. A씨는 “밥솥 사진에 제가 키우던 고양이가 함께 찍혔는데, 밥솥 거래 당일이 마침 신랑 친구가 고양이 수제간식 가게를 오픈하는 날이어서 (신랑이)축하의 의미로 간식을 몇개 팔아줬다. 그런데 막상 사고 보니 주변에 선물할 사람이 없어서 어쩌지 하다가 제 밥솥 사진 속 고양이가 생각나 연락해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이 대목에서 지인들은 다들 '신랑이 노렸다'고 하시는데, 신랑은 저를 학생쯤으로 생각했었고, 본인은 절대 그런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다고 팔짝 뛴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해서 둘은 당근 거래 당일 늦은 저녁에 다시 한번 만났다. A씨는 고양이 간식을 빈 손으로 받기에는 미안해 바나나 우유를 하나 사서 건네줬다고 한다.
이후 집에 돌아 와 고양이에게 간식을 먹인 뒤 감사하다는 인증샷을 당근 채팅으로 보낸 A씨는 신랑과 고양이 간식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벼운 대화를 이어가다 서로의 나이를 알게 됐다. A씨는 “예상 밖으로 한 살 차이 또래여서 그 때부터 급격한 친근감이 생기며 싱글이었던 우리는 금세 가까운 동네 친구가 됐다”며 “알콩달콩 2년 반의 연애를 하고 부부의 연까지 닿았는 지 모월 모일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알렸다.
그는 “저희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들 당근으로 뭘 팔아야겠다고 하시던데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 혹시나 음흉한 목적성을 가지고 물건을 사고 팔거나 싫다는 이성에게 집적대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A씨는 청첩장 문구를 찍은 사진과 2년 전 당근 마켓에 올렸던 밥 솥 사진, 당근 채팅에서 나눴던 대화 등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될 놈 될(될 사람은 된다)”, “애 일곱 낳아라”, “내 나이 60. 마누라가 밥솥보다 나를 당근 할 듯”, “나도 밥솥 당근해야겠다. 다음 생에 도전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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