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바이오 기업이 300억 들여 조명회사는 왜 샀을까?” 우회상장 위한 포석?
뉴스종합| 2023-12-12 14:50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아리바이오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조명회사 인수는 플랜 B?”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 조명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잇따른 증권 시장 상장 실패에 이미 상장한 회사를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난공불락이라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만 올인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에 새로운 돌파구를 준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아리바이오는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정재준 대표(이학박사)가 2010년 설립했다. 현재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AR1001’의 임상 3상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와 중국 등에서도 신청, 곧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정 대표는 지난 5월 소룩스 최대주주인 김복덕 대표와 경영권 및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소룩스 최대주주가 됐다. 투입된 자금은 3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룩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정 대표와 함께 김근호 아리바이오 미국지사 임상담당 임원과 송혁 아리바이오 전무이사를 소룩스 이사로 선임했다. 이와 함께 소룩스 사업목적에는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사업이 추가됐다. 정 대표의 보유 지분은 25.69%, 특별관계자 지분까지 합치면 42.24%다.

소룩스 조명이 설치된 집 내부 모습[소룩스 홈페이지]

지난 1996년 설립된 소룩스는 형광등, LED등, 가로등 등 조명기구를 만드는 회사로 202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매년 500~7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데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 해 4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가 올 해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4억원대로 줄였다.

아리바이오가 소룩스를 사들인 배경에는 몇 가지 추측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코스닥 상장사인 소룩스를 통한 우회상장이 가장 유력하다. 아리바이오는 지난 2018년, 2022년, 그리고 올 해 초 기술성 평가를 통한 특례 상장에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 대표의 소룩스 경영권 인수 당시 우회상장을 위한 준비라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아리바이오는 아직까지 우회상장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소룩스 인수를 통해 우회상장을 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기술특례 상장, 나스닥 상장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만 올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 치료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21년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은 효능 및 안전성 문제로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후 지난 7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레카네맙)’가 정식 승인을 받은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들도 가장 많이 실패하는 것이 치매 치료제”라며 “치매의 원인이 다양하고 아직 뚜렷한 원인 물질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리바이오가 기존 치매 치료제 개발과 함께 소룩스를 통한 조명 사업에 나설거라는 것이다.

소룩스 주가 추이[네이버증권]

한편 아리바이오의 경영권 인수 후 소룩스 주가는 크게 올랐다. 올 해 초까지만 해도 5000원대였던 주가는 아리바이오의 인수 뒤 3만원대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 7일 보통주 1주당 1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결정 공시 후 주가가 23% 급등했다. 현재 소록스 주가는 2만원대 후반이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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