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대공수사권 받는 警, 대비책 박차
뉴스종합| 2023-12-15 11:18

내년 1월 1일부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돼 경찰이 간첩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양 기관은 원활한 수사 이첩과 향후 공조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 내 간첩 수사를 담당하는 대공수사관 축소로 자체 수사 역량이 위축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경찰은 대공수사관 규모를 늘리고 안보수사단을 구성하는 등 대책을 구체화했다.

국정원도 대공수사권 이전 뒤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업무협력 방식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시행령으로 간첩 수사 빈틈을 채우기 위한 밑작업을 마쳤다.

다만 국내로만 제한된 경찰 활동 반경으로 해외 대공수사에서는 국정원과의 밀착 협업이 지속될 것이란 점은 대공수사권 이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15일 경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정원법 하위 시행령인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1월부터 개정 국정원법 시행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로 수사 권한이 모두 이전됨에 따라, 시행령은 국정원 본연의 기능인 정보수집 등 역할을 명확히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는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현장 혼란을 사전에 정리하고, 경찰이 자체 대공 수사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안보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습책이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시행령에는 또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이전 후에도 안보 위해자에 대한 행정 및 사법 절차 지원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정원장이 경찰·검찰 등 수사 담당기관에 국정원 직원을 참여시킬 수 있도록 열어두면서다. 아울러 국가안보 침해 활동을 저지하는 과정서 습득한 유류물, 임의 제출품 등을 보관할 수 있다.

앞서 ‘수사권 침해’ 가능성으로 논란이 됐던 수사·재판 기록 열람 권한은 이번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빠졌다. 개인정보 침해 요소와 법정에서 증거를 다툴 때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적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경찰은 자체적으로도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단 대공수사관 규모부터 늘린다. 경찰청은 올해 6월 기준 460여명 규모의 대공수사 인력을 내년 700여명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450여명까지 줄어들었던 인력을 증원해 규모를 정상화하는 것부터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경찰이 대공수사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경찰은 또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국정원에서 제공받은 첩보를 바탕으로 간첩 수사에 나서는 전담 조직으로, 대폭 규모를 늘린 안보수사단 인력을 중심으로 간첩 수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정원으로부터 사건 이첩 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경찰은 서울시내 모처에 문서고를 마련하고 연말까지 국정원 사건 자료를 모두 넘겨받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간첩 수사 기능을 확대하는 대신 탈북민 신변보호 등 다른 안보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 운영돼 온 안보수사팀을 폐지하고 시·도경찰청 수준의 광역 단위 수사체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로 제한된 경찰의 수사활동 반경 때문에 국외에서 벌어지는 대공 수사 사건들에는 경찰의 국정원 의존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해외 각국에 주재관이 상주하고 있지만 현지에서의 직접 수사 활동이 제한되는 만큼 정보 수집에서부터 국정원 역할에 상당 부분 기대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원 첩보로 증거수집 필요성이 인정되면 국내 경찰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공조가 이뤄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이 그동안 가동해 온 네트워크 이전도 숙제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에는 경찰이 해외 정보수집을 할 수 있는 권한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자체 대공수사 능력을 근본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경찰 정보원 확대 등 관련한 제도적 뒷받침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