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3선 성공...최악의 경제 극복이 과제
뉴스종합| 2023-12-19 10:05
이집트 카이로에서 18일(현지시간) 이집트 선거청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89.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신화]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압델 파타 엘시시(69) 이집트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하며 2030년까지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30∼40%를 오가는 물가상승률과 32%로 치솟은 빈곤율, 반토막 난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 등 최악의 경제난이 엘시시 집권 3기 과제로 쌓여 있다.

이집트 선거청(NEA)은 18일(현지시간) 엘시시 대통령이 10~12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89.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유일하게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하메드 모르시 전 대통령을 2013년 군부 쿠데타로 몰아낸 후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 후 엘시시 대통령은 모르시 정권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 인사들을 탄압하는 등 권위주의 통치로 권력 기반을 탄탄히 했다. 이어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엘시시는 2019년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3연임 금지’ 조항을 완화한 개헌을 밀어붙여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3선에 성공했지만 집권 기간 나락으로 떨어진 경제난을 해결할 묘책은 없어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외환위기로 이집트 통화 가치는 달러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은 30~40%로 치솟으며 이집트인들은 달러를 사재기하거나 암시장에 팔고 있다. 이집트의 대외 부채 또한 국내 총생산(GDP)의 40%인 1650억달러(약 215조2400억)에 달한다. 올해 1분기(1~3월) 정부 지출의 60%는 이자 지급에 쓰였다.

이집트는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의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 받았지만 긴축 정책과 환율 시스템 조정, 경제구조 개편 등의 약속 이행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실제 지원액은 약속된 금액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엘시시가 높은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한 것은 대중의 관심을 국내 문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시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일시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중재했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통로를 열어 인도적 물품을 지원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개전 후 여러 차례 이집트를 찾으며 엘시시를 중요한 외교 상대로 인정했다.

엘시시가 자국 내에서 반대 세력을 조용히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력한 야권 후보인 아메드 엘탄타위 전 의원은 대선 출마에 필요한 서명 수를 채우지 못하고 선거운동을 종료했다. 엘탄타위 의원과 그의 가족,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은 체포되거나 구속됐다.

티머시 칼다스 미국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 부국장은 “이집트에 선거는 없다. 선거 극장만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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