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홍해 해운 대란에도 에너지 가격 하락…美 셰일 생산 확대 영향
뉴스종합| 2024-01-02 10:11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머낭거힐러강의 셰일 에탄 크래커 공장. [사진=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홍해에서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음에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예상 밖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셰일 생산과 수출이 대폭 늘면서 중동 지역 분쟁의 영향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해 10월부터 홍해를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오히려 지난달 원유 가격은 5%, 가스 가격은 23% 하락했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안정은 미국의 기록적인 셰일 생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원유 수출량은 일평균 450만배럴을 기록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국가인 이라크를 앞질렀다.

물류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2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도 800만t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려 홍해의 핵심 항로인 수에즈운하를 통한 물류애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미국의 유럽향 원유 출하량은 1년 전보다 34% 늘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비교하면 82% 급증했다.

미국은 셰일 생산량 제고에 기반해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셰일 시추업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에 대응해 2022년 말 더 많은 시추 장비를 배치했다. EOG리소시스, 데번에너지,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 대형 셰일 기업들은 시추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량을 높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하루 1320만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90만배럴이나 증가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 확대는 세계 석유 재고를 수개월 전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며 국제유가를 끌어내렸다. 미국의 원유 가격은 지난해 4분기 21% 하락했다.

WSJ는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생산과 수출 급증은 세계 에너지 재고가 유지되도록 함으로써 주요 해운 항로를 위축시킨 중동 지역 분쟁 확대의 영향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이 중동 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셰일의 시장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컨설팅 회사 래피단에너지그룹의 로버트 맥널리 회장은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작은 혼란을 이야기할 때 급증하는 미국 셰일 생산은 도움이 된다”면서도 “이란은 하루 1800만배럴이 움직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셰일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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