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한미약품 장남 “회사 망가지는 건 못 봐”
뉴스종합| 2024-01-17 11:30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겸 코리그룹 회장 [코리그룹 제공]

“송영숙 (한미그룹)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사장이 OCI그룹에 회사 지분을 파는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모친과 여동생이 추진하는 OCI와 통합에 강력히 반대, 경영권 분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 격이다.

그는 “이번 안건 통과는 불법”, “모든 법적 대응 계획하고 있다”, “수상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이번 통합 추진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우현 OCI 홀딩스 회장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종윤 사장은 16일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와 OCI의 통합이 절차상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에서는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몇 천억원 단위의 기업 간 거래가 이뤄지는 걸 몇 명이 모인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기업 간 통합을 통해 어떤 사업계획을 갖고 있고,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재무적인 타당성이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중요한 계약이 불과 3~4주 만에 급하게 처리된 것부터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특히, 개인 간 거래가 아닌 경영권 관련 거래이기 때문에 주주와 임직원도 모르고 진행이 된 것도 문제”라며 “제약산업은 신뢰가 중요한데 고객, 주주, 협력처 등에 경영자가 바뀌고 사명이 바뀌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임종윤 사장은 “계약 체결 이후 5일째인 오늘(16일)까지 회사 대주주로서 두 회사 간의 통합 계약서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한미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2%를 보유, 모친 송 회장(12.56%)에 이은 2대주주다.

그는 “현재까지도 어떤 목적에 의한 계약인지 계약서 확인을 못했고, 이 회장도 계약서를 볼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했는데도 아직도 저나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송 회장 차남)도 그 계약 조건을 못 봤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어제(15일) 오후 갑자기 계약서 내용을 정정한 수정 공시가 나갔는데, 이 또한 수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회장도 지속적으로 왜 공개를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여러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이에 대해서는 임종훈 사장(지분 7.2% 소유)도 공감하고 있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님(지분 12.15% 소유)과도 계속 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두 분 다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 측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도 고려 중”이라며 “마지막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표 대결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임종윤 사장은 “경영을 잘 모르는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에 회사 지분을 파는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다”며 “이번 통합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지금의 한미를 함께 일궈 온 많은 임직원이 회사가 망가지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이 갖고 있는 신약개발에 대한 DNA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영권의 문제가 아니라, 대주주로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미는 OCI와 통합이 무산 없이 추진될 것이란 입장을 누차 밝히고 있다. 한미는 이번 통합 결정에 따른 임직원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후속 조치를 빠르게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미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발 가족 간의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국 산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통합과 상생의 모델을 제시한 이번 통합 결정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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