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셀아시아’ 찬바람에 환율 고공행진
뉴스종합| 2024-01-24 11:09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보름 만에 50원 넘게 급등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에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자 원화 가치를 더 내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우선 현재 환율 변동성 확대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증시가 폭락하는 등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1344.2원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1333.4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거래 마지막 날인 12월 28일 1288원까지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17일까지 56.2원 급등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39.8원에 개장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가장 큰 대외 요인으로 미국 상황을 꼽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국 지표가 예상 밖으로 너무 좋게 나타나면서 달러화 강세가 있었다”면서 “심지어 미국 뿐만 아니라 주요국 모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확대됐었다. 이에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날 오전 9시 기준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9.0%를 나타냈다.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50.2%로 더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미국 상무부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중간값이 연율 2%로, 3분기 4.9% 상승에 이어 2021년 이후 가장 강력한 연속 분기 성장률이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당초 시장은 올해 달러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평행선을 그릴 것으로 봤다. 오히려 달러가 얼마나 약세로 갈 것인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렸는데,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금리 인하 시점도 멀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단기간에 달러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문제는 달러 강세 이외의 다른 원화 가치 절하 요인이 더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도 올해 들어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 지수가 4% 정도 하락했었다. 이는 곧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덜 개선되거나 더 둔화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면서 “그렇게 되면 아시아 국가처럼 제조업에 의존하고 수출 비중이 더 높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만과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 국가 투자를 위해 ‘프록시 헤지(Proxy hedge)’를 사용한 점도 한몫 했다. 프록시 헤지란 유동성이 좋지 않은 통화의 거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들 통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를 대신 헤지하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지난해 외국인들은 프록시 헤지를 위해 원화를 사들여 사용했는데, 올해 들어 중국 등 아시아 국가 경기 부진에 원화를 다시 되팔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 증시와 다르게 폭락하고 있는 중국·홍콩 증시도 원화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이 다수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는 이달에만 12% 넘게 하락했고, 22일(현지시간) 2.3% 하락해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 또한 같은 날 2.7% 떨어져 작년 4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증시 폭락 사태 당시인 2016년 이후 연초 기준으로 8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중국은 급한 대로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증시 부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당분간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환율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현재는 미국 영향은 제한적이고, 중국과 홍콩의 증시 영향이 원/달러 환율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대만·홍콩·중국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미국·일본 상황과는 차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일단 지난해 11월 고점 수준인 1360.57원까지 환율이 오를 가능성을 보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나라 수출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중국 등 증시가 반등해주면 국내 증시도 위험 선호 심리를 회복하면서 환율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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