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올해 최대 변수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균형’
“美 대선 과정 정치적 공세로 불확실성 커질 수 있어”
코스피 예상 밴드에 2150~2550선 제시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선진 증시를 선호하는 현상은 올해도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경우, 지수 상위 종목 간 로테이션도 잘 일어나고 있어요. 경제를 구성하는 산업군이 증시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가며 버티는 체력이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1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연일 고공행진하는 미국과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증시는 (상승) 속도에 대한 우려만 있지 방향에 대한 문제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AI(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일종의 시장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균형’을 꼽았다.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통화정책이 완화기조로 바뀌지만, 한국 총선부터 미 대선까지 굵직한 선거 이벤트로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재정 지출의 변화가 여러 산업과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미국 대선 구도 윤곽이 나오는 과정에서 현재까지는 트럼프 진영이 공세를 당하는 흐름으로 보이지만 2분기로 넘어가면 역공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금은 느끼지 못한 정책 리스크가 시장에서 강하게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국 기업에 끼칠 후폭풍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되는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은 여전히 수출과 제조업 의존도를 해결하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상대우위를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수익률 양극화로 투자자를 괴롭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택과 집중’이 더욱 중요해질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를 2150~2550포인트를, 선호 업종에 금융·커뮤니케이션·음식료를 제시했다.
일본 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중국 경제는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일본 경제는 일관된 정부 정책으로 글로벌 자본을 모으고 경제를 회복하는 선순환이 나타난 반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며 “중국은 민간투자 활성화 등 시스템을 정비한다고 하지만 전반적 변화를 느끼기엔 어려운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린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사태’를 계기로 중국 정부의 시장 접근법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그는 “헝다사태는 미국이 경험했던 부동산발 금융위기와 유사한 구석이 많지만 지금은 ‘쇼크’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다. 시장도 다소 차분한 분위기”라며 “과거에는 정부가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인위적인 방식을 취했다면 지금은 시장의 자정작용을 기다리면서 시간에 태운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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