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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빅데이터·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실시간 물가 상승 예측한다
뉴스종합| 2024-02-06 12:00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주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에서 설문 등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트리 기반 기계학습(ML, Machine Learning)을 이용해 매주 물가 상황을 전망할 수 있게 됐다.

한은은 6일 ‘BOK이슈노트 : 빅데이터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한 실시간 인플레이션 전망(real-time inflation forecasting)’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고, 전망담당자가 현재 인플레이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298개의 예측변수, 트리 기반 ML 및 선형회귀모형 기반 실시간 전망 프로세스와 전망결과를 시각화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 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트리 기반 기계학습을 이용한 인플레이션 전망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기존 전망모형을 보완하는 역할로 활용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예측은 각국 중앙은행들에게 상당히 어려운 과제로 평가받고 있는데, 영란은행(BOE)는 주요국 중앙은행 인플레이션 전망의 예측오차가 크게 나타난 것은 경제이론에 기반한 전망모형이 인플레이션 충격의 크기와 지속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예측변수 그룹에 가격, 생산·경기변동, 금리·환율 등의 거시경제 그룹뿐 아니라 정책·해외요인(재정수지, 주요국 경제지표, 유가), 대체 데이터(텍스트, 전력사용량) 등으로 구성해 6개월 간 전망 모형을 개발했고, 지난 10월 개발을 마친 후 시뮬레이션을 거쳐왔다.

모형은 트리 기반 ML(익스트림 랜덤 트리(EXT), 랜덤 포레스트), 선형회귀모형, 앙상블(ML과 선형회귀모형 전망치의 평균), 벤치마크(임의보행, ARIMA 모형)을 사용하였으며, 매주 빈티지 데이터셋을 생성하고, 전망시계(당월, 3개월, 12개월)에 대한 실시간 인플레이션 전망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또 매주 업데이트되는 인플레이션 전망치와 변동요인을 통해 인플레이션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실시간 전망 (RTF·real-time forecasting) 그림으로 시각화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제공

보고서는 전망모형의 정확도를 평가하기 위해 2016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기간에 대해 트리 기반 ML, 선형회귀모형, 앙상블 모형, 벤치마크의 예측력을 비교·평가(walk-forward validation)하고, 가장 적합한 전망모형을 탐색했다.

예측력 평가 기준은 전망오차(전망치-실제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평균제곱근오차(RMSE)와 평균절대오차(MAE)를 사용했으며, 인플레이션 변동 방향(상승·하락)을 얼마나 정확히 맞추는지 평가하는 평균방향정확도(MDA, 평가기간 중 실제 인플레이션 변동방향을 맞춘 비율)를 산출했다.

이창훈 한은 디지털신기술팀 과장은 “전망모형 평가 결과, 모든 전망시계와 예측력 평가 기준에서 익스트림 랜덤 트리와 선형회귀의 앙상블 모형이 벤치마크 대비 가장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면서 “(0.5가 아무 정보성이 없다고 했을 때) 2016년 이후 전체기간 중 모든 전망시계에 대한 MDA는 0.6 이상이며, 특히 변동성이 컸던 2021년 이후 기간에 대한 MDA는 0.7 이상”이라고 말했다.

앙상블 모형을 이용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흐름이 크게 바뀌었던 2020년 10월과 2022년 7월을 대상으로 실시간 전망 시뮬레이션 및 향후 경로에 대한 실시한 전망을 수행한 경우에도 정확도가 높았다.

2022년 7월 기준 당월 전망에서 전월대비 소폭의 상승을 정확하게 전망했으며, 3개월, 12개월 전망에서도 이후의 소폭 하락과 큰 폭의 하락을 예측해, ‘공식 통계’가 공표되기 전에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과장은 또 “실시간 전망 결과, 2024년 1월의 당월 전망에서 첫째 주부터 둘째 주까지는 3.1% 수준으로 12월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마지막 주에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 영향이 반영되며 실제값(2.8%)에 근사한 2.9%가 산출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해당 모델을 내부에도 공유해 조사국 등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에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앞으로 이 모델을 여러 거시경제변수 전망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보고서는 3개월 및 12개월 전망의 경우 당월 전망에 비해 예측오차가 크고, 12개월 전망의 경우 월중 새로 추가되는 정보의 예측력 개선 효과가 낮은 것으로 보이는 등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 과장은 “예측오차가 있더라도 인플레이션의 방향은 잘 맞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본 연구의 전망모형이 한은의 공식 전망의 정도를 높일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통해 개선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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