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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V 전기로 간암세포 없앴다
뉴스종합| 2024-02-13 11:25
세브란스병원의 김만득(왼쪽) 영상의학과 교수와 김도영 소화기내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세브란스병원은 최대 3000V(볼트)의 고압 전기를 쏴 암세포를 없애 간암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췌장암, 전립선암 등에 사용된 치료법이지만, 간암 환자에 쓰인 건 이번이 국내 최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IRE)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간암 환자를 치료했다. 이번에 시술받은 간암 2기 환자 A(76) 씨는 현재 퇴원 후 일상 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IRE는 암 주변 피부에 2㎜ 정도 틈을 만들어 직접 침을 꽂은 후 고압 전기를 쏴 암세포를 사멸하는 치료법이다. 가정용 콘센트 전압(220V)의 10배 이상인 최대 3000V 전기를 사용한다.

IRE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효과가 적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미국이 개발해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임상 연구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2016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세브란스병원은 췌장암에 처음 IRE 치료를 시작했다. 현재 40여 명이 수술을 받았다.

이 치료법은 고압의 전기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고강도의 전기를 쏘면, 세포막에 아주 미세한 크기의 구멍이 여러 개 생긴다. 이 구멍으로 암세포는 세포 안팎 균형이 무너지면서 죽는다. 이때 생기는 구멍의 크기는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 치료 후에는 암세포가 사멸되는 것은 물론 체내 면역 세포 활동도 촉진된다.

이번에 치료를 받은 A씨는 장과 간 사이 혈관인 간문맥 등 주변 장기에 암 조직이 닿아 있었다. 김만득 영상의학과 교수와 김도영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주파나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기존의 간암 국소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높은 열을 일으켜 주변 장기에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들은 시술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만들어내지 않고 암세포 자체만 타격해 암 주변 혈관과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IRE 치료를 선택했다. 기존 췌장암, 전립선암 등에 IRE가 사용됐지만, 간암 환자에게 사용한 것은 김만득 교수가 국내 최초다.

김만득 교수는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이 미국에서 개발돼 현재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 암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비교적 신 치료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에서는 2016년 도입 이래 현재까지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 4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이번에 간암 환자에 국내 최초로 시행한 만큼 앞으로도 대상 암종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영 교수는 “암 병변이 간문맥과 닿아 있어 기존의 열을 이용한 치료법이 아닌 치료 부위만 타깃으로 할 수 있는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을 시행했다”며 “무사히 퇴원한 환자는 앞으로 외래 진료를 통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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