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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럴줄 몰랐다” 영화속 장면이 현실로…믿었던 알뜰폰의 배신
뉴스종합| 2024-02-14 14:51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다룬 영화 ‘보이스’ 한 장면 [영화 ‘보이스’ 장면 캡처]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 A씨는 명의가 도용 돼 자신도 모르는 새 A씨 이름으로 알뜰폰에 번호가 개통된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해당 번호는 보이스피싱에 악용됐다. A씨는 소액 결제, 위약금, 기기 값 등 자신이 쓰지도 않은 미납 요금을 내야 할 상황에까지 몰렸다. A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건 그 다음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해 분조위가 범죄 피해 사실이라고 ‘인정’했음에도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KT엠모바일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뜰폰 가입 회선이 ‘900만개’에 육박한다. 저렴한 통신비 등을 무기로 알뜰폰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온라인 등 개통이 대다수를 이루는 알뜰폰 특성상 명의 도용 사례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명의 도용으로 인한 번호 개통은 소액 결제 등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자로부터 보이스피싱 피해를 인정받고 미납 요금 면제 등 조정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KT엠모바일 사옥 전경. [KT엠모바일 제공]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KT엠모바일은 지난해 명의도용 관련 분쟁조정 14건 중 4건에 대한 조정안을 거부했다. 나머지 10건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중이다. 신청인들은 위약금, 기기값, 국제전화 등 요금 폭탄을 넘어 소액결제 피해까지 호소했다.

문제는 A씨의 경우처럼 분조위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사실로 판단하고 미납 요금 전액 혹은 일부 면제 등 조정안을 마련했음에도 KT엠모바일이 거부했다는 점이다.

분조위는 ▷분쟁조정 신청인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문제를 경찰에 신고했고, 관련 서류를 경찰로부터 확인했다는 점 ▷신청인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주장한 날짜와 알뜰폰이 개통된 날짜가 동일하다는 점 ▷신청인이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 유출을 겪었다는 점(알뜰폰 개통을 위해서는 신용카드 정보 입력해야 함) 등을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기관이 범죄 피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주장하는 신청인은 법적 절차를 밟는 방법 외에는 피해를 구제 받을 길이 요원한 셈이다.

이에 대해 KT엠모바일 측은 규제기관이 지정한 본인인증 절차, 전자상거래 기준 등을 준수하고 있고, 알뜰폰이 본인 개인정보로 개통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보이스피싱 여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회사는 온라인 모집 시 모든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개통을 진행하고 있고, 명의도용 주장과 관련해서도 본인 인증 등 개인만이 알 수 있는 정보로 개통된 사실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123RF]

알뜰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문제 등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가입이 주를 이루는 시장의 특성상 더욱 그렇다.

방통위 관계자는 “분조위의 조정안을 양 당사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할 길이 없다”며 “비대면 가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명의도용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온라인 개통절차 개선과 사업자의 적극적인 조정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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