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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도 밤 7시반까지 무료로 봐주는 어린이집…추가 출산 16명 기적 만들다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뉴스종합| 2024-02-25 07:11
‘IBK남동사랑어린이집’에서 놀이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 홍태화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전액 무료로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이 있다. 아이들 대부분이 선생님들과 저녁까지 식사를 마치고 하원한다. “우리 아이만 혼자 있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법적 기준보다 훨씬 많은 보육교사가 근무하고 있어 돌봄의 구멍이 없다. 저녁에도 적어도 세 명의 교사가 함께 한다.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0세 아이도 돌본다. 1명의 교사가 0세 아기 2명만 살피고 있다. 식사 예산은 법적 기준의 3배 이상으로 책정했다.

외국기업이나 대기업·공기업 같은 ‘신의 직장’의 어린이집 이야기가 아니다. IBK기업은행 행복나눔재단이 설치한 ‘IBK남동사랑어린이집’이 주인공이다. 기업은행과 컨소시엄을 맺은 남동공단 입주 기업 부모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0세 때부터 맞벌이 가정의 육아 걱정을 상당 폭 덜어준 셈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시설은 출산과 경력단절 해소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가 입소한 후 가정에서 추가 출산한 영아의 수는 10명에 달한다. 구미에 있는 같은 계열 어린이집까지 합치면 16명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워킹맘’ 수는 남동사랑 어린이집에서만 12명을 기록했다.

원아 80%, 석식까지 먹고 퇴원…학부모 부담 어린이집 비용 ‘0원’

IBK남동사랑어린이집은 2018년 3월23일 개원한 어린이집이다. 2023년 현재 예전 한국 나이로 1세부터 7세(만0~5세)까지 총 42명 원아가 등원하고 있다. 이 중 9명을 제외한 원아는 모두 석식을 먹고 집으로 간다.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12시간 동안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인 하원 시간이 퇴근 시간보다 늦다. 게다가 오후 7시30분까지는 최소 연장교사 3명이 근무한다. ‘교사 퇴근 시간 눈치에 우리 아이가 미움 받을까’, ‘혹시 불꺼진 방에 혼자 남아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덜 수 있다.

유인숙 IBK남동사랑어린이집 원장은 “얼마전까진 밤 9시경까지 돌보기도 했었는데, 요샌 야근이 없는 편이라 학부모 의견 수렴을 통해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엄마들이 모두 일을 하는데, 언제 또 집에 가서 애들 밥까지 챙기겠느냐”면서 “어린이집에서 이 부분을 해결해줘야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고 또 성취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아 대다수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해당 어린이집을 다니다 졸업한다. 유 원장은 “얼마 전 눈물의 졸업식을 또 했다”며 “유치원으로 보낼까 고민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보통 어린이집에 계속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모든 정교사가 학사 이상이고,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은 그 중에서도 유아교육과 출신 선생님들이 주로 담당한다”며 “피아노, 우크렐레, 태권도, 코딩 등 방과 후 프로그램은 물론 예비 초등학교 준비반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또한 모두 무료”라고 덧붙였다.

경력단절·육아 문제 해결하자 추가 출산 16명

남동사랑어린이집이 생기면서 인근 기업에 다니는 부모의 육아 부담은 크게 줄었다. 이에 해당 원에 아이를 보내면서 추가 출산한 아이의 수는 10명에 달한다. 기업은행이 지원하는 다른 어린이집인 IBK구미사랑어린이집(6명)까지 합치면 추가 출산한 아이 수는 16명이다.

출산이 늘었는데, 아이를 낳은 후 일터에 복귀한 엄마 수도 함께 증가했다. 남동사랑어린이집은 지금까지 여성 학부모 12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구미사랑어린이집도 8명이 일터로 돌아갔다.

유 원장은 “부모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추가 출산을 결심할 수 있었고, 또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얘기한다”며 “일만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어 저까지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이 ‘IBK남동사랑어린이집’에서 식사하고 있다. 홍태화 기자
꿈 같은 어린이집…기업은행 결단이 만들었다

놀랍게도 원비는 0원이다. 유 원장은 “현장학습도 자부담이 없게 진행하고, 입학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꿈의 어린이집’인 셈이다. 이같은 보육시설 탄생은 기업은행이 2017년 IBK행복나눔재단을 통해 맞벌이 부부의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결정 덕분에 나왔다.

남동산업단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어린이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된 곳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설립 부지가 마땅치 않아 남동사랑어린이집이 생기기 전까지 보육시설은 2010년 개원한 국공립 어린이집 1개소가 유일했다. 어린이집 설립 당시 제안서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남동산업단지엔 667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여성 고용인력은 2만5758명이었다.

부모 모두 직장에 다니더라도 아이를 부담없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기업은행은 남동사랑어린이집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2024년에도 운영비 지원금 11억3882만7000원 중 5억9481만880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어린이집 공간은 기업은행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무상으로 대여해 줬다.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에서 추가 지원금도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원비로 수익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어린이집이 됐다. 전액 무료 어린이집이 가능한 이유다.

유 원장은 “저도 앞서 다양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경험했지만, 우리 어린이집은 사회환원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제가 먼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원비 없이도 좋은 공간과 경험을 정말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에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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