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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주도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비무장화’와 ‘이집트와의 국경봉쇄’ 등이 담긴 전후 구상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 관련국과 국제사회가 반대해 온 사항이 다수 포함돼 프랑스 파리에서 가까스로 재개된 휴전 협상에서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23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밤 안보내각 구성원들에게 전후 계획이 담긴 문건을 배포했다.
향후 협상 준비하기 위한 논의 기초자료로 보인다는 이 문건은 전쟁이 4개월을 훌쩍 넘겼는데도 이스라엘 측이 명확한 전후 계획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문건은 하마스와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의 행정기구와 교육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부터 가자지구의 통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에서 이스라엘이 고수해야 할 원칙을 적시했다.
특히 안보 측면에선 “이스라엘은 요르단 서쪽 전 지역에 대한 안보 통제권을 가질 것”이라고 적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독립국가 건설을 추구해 왔는데,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이 끝나도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문건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영구적 합의와 관련한 국제적 요구를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인정은) 전례없는 테러행위에 엄청난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의 ‘완전한 비무장화’를 이뤄내고 감독할 책임을 진다는 내용과,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국경을 이스라엘이 관할할 것이란 내용도 담겼다.
서쪽으로 지중해에 면한 가자지구는 북쪽과 동쪽으로는 이스라엘과, 남쪽으로는 이집트와 맞닿아 있다.
현재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의 국경은 이집트 측이 관리하는데, 이를 이스라엘이 넘겨받아 가자지구를 드나드는 인원과 물자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가지겠다는 게 이스라엘 측의 요구다.
문건에는 미국과 공조해 이집트 측과 ‘가능한 많은’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사전에 이집트의 동의를 받은 사항인지는 불명확하다고 CNN은 짚었다.
이어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러한 전후계획이 미국과 ‘조율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후 계획에는 이밖에도 가자지구를 관할할 민간 행정기구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이스라엘인을 증오하고 극단화하도록 가르치는 기존 교육체계를 손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가자지구의 행정을 담당할 기관은 “테러를 지지하는 국가나 개인, 단체 등과 동일시되어선 안 되며, 그들로부터 돈을 받지도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
CNN은 “이는 (하마스 지도부의 망명지인) 카타르를 지칭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이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주체로 고려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까지 겨냥한 표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풀이했다.
문건에는 이밖에도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를 몰아내고 ‘책임 있는 국제구호기구’로 하여금 그 자리를 채우게 하겠다는 등 내용도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전후계획을 공유한 직후인 23일 하마스와의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이끄는 협상단을 재파견했다.
그러나 CNN은 이스라엘의 전후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국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사항들이 다수 포함된 까닭이다.
dpa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주도로 팔레스타인 땅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3천채 이상 규모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우리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약화할 뿐 강화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외교관으로선 이례적으로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적시하면서 이스라엘이 이를 확대하려는데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현지에선 전쟁이 끝나는 대로 하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온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을 지연시키려고 의도적으로 갈등을 더욱 키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다만, “설령 다른 지도자가 나온다고 해도 가자지구 문제와 관련해선 크게 다른 시각을 보일지 확실치 못한 상황”이라고 CNN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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