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대 의대·의전원 졸업식… 의대생 70% 휴학 신청서
졸업생들 10여명 ‘의대 증원 어떻게보냐’ 등 질문에 “………”
왁자지껄 축제 분위기 졸업식 아닌 차분한 학위 수여식
일부 가족 “고생한 게 있는데 2천명 너무해” 발언도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제78회 전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전국 의과대학 학생 10명 가운데 7명 가량이 휴학계를 제출하는 등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서울대 의대 졸업식은 차분했다. 졸업생들은 취재진들의 질문에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났다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서였을까, 이날 졸업식에선 많이 웃는 인사들도,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도 생략됐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 하에서 치러진 졸업식인 탓에 축사 역시 무거웠다.
김정은 서울대 의과대학 학장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행정관에서 ‘제78회 전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 사회적으로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닌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선 서울대 의대 졸업생 133명,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156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김 학장은 이어 “요즘 필수 의료 공공의료에 따른 의대정원 증원, 의사과학자 양성 등에 대해 국민들은 우리 대학에 한층 높은 사회적 책무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필수의료의 지킴이로서, 의사과학자 연구자로서 평생을 살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명의, 훌륭한 의사과학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치료하는 의사,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뚜렷한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성을 희생하는 의사가 될 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위대한 전통은 국민들의 신뢰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의 의료 의학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도 축사에서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 상황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과대학 동문들과 졸업생들은 시각은 달랐다. 이웅희 서울대 의대 동창회 부회장은 “학위수여식은 한바탕 축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의료사회는 또다시 정부의 무리한 의대정원 확대 정책으로 깊은 혼돈에 빠져있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는 대화나 협치를 하기보다는 갈등만 증폭시키는 양상이라 더욱 답답하고 착잡하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번의 갈등과 위기를 겪어왔지만 그때마다 단합된 의지와 지혜로움으로 어려운 일을 잘 극복했다”며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이번에도 결국 국민들이 바라고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의진 서울대 의대 졸업생 대표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의료계는 갑작스럽고 그 어느 때보다 추운 혹한기 속에 있다”며 “어쩌다 이렇게까지 억센 겨울이 찾아왔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누가 잘못해서 그런건 아닌건지 복잡한 생각이 가득할 것 같다”고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내비쳤다.
오늘 졸업식에 참여한 가족 또한 의대 증원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오늘 며느리가 의전원을 졸업했다는 A씨는 “정부도 너무 밀어붙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의사 입장도 이해가고, 정부 입장도 이해가 간다. 서로 잘되게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남편이 오늘 의전원을 졸업했다는 B씨는 “요즘 의대 정원 때문에 시끄러운데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우리도 지금까지 고생한 게 있는데 갑자기 2000명씩 증원을 하면 우리 노력은 뭐가 되냐. 증원을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증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교육부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국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신청자(26일 오후 6시 기준) 수가 1만318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70.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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