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남아프리카공화국 근해에서 서식하는 범고래 한 마리가 2분 만에 백상아리를 순식간에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돼 해양생물 학계에 보고됐다고 미국 CNN방송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로즈대의 앨리슨 타우너 박사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아프리카해양과학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지난해 6월18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 물개섬에서 800m 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범고래 '스타보드'가 2.5m 크기 백상아리를 2분만에 제압했다.

스타보드는 2015년 케이프타운 근해에서 발견된 범고래 한 쌍 중 한 마리다. 나머지 한 마리에는 '포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원래 작은 상어종을 잡아먹는 모습만 관찰됐다. 그러다 2017년부터 백상아리를 함께 사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 사냥은 스타보드 혼자 진행했다. 포트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1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단독 사냥은 일반적 범고래의 습성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 범고래들은 바다사자나 바다표범, 상어 등 큰 사냥감을 대할 때는 함께 둘러싸는 방식으로 협동 사냥에 나선다.

지능이 높은 범고래가 큰 먹이를 개별적으로 사냥하는 일은 전례가 없지는 않지만, 바다의 대표적 포식자인 백상아리를 단독 사냥한 사례는 학계에 처음 보고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러한 고래의 사냥 행태 변화에는 기후 변화나 어업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타우너 박사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기후 변화와 산업형 어업 등 인간의 활동이 해양 생태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범고래 무리가 인간의 보트 또한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사례가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2020년 이후 지브롤토 해협에서 범고래 무리가 보트를 공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방향타를 파괴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이 탄 선박과 충돌하거나 불법 어업 활동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범고래들이 '복수' 목적으로 공격을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종의 장난을 치는 것"이라며 이를 복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