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금융협회 작년말 통계
금융위 “42개국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4위”
기업부채는 '위험'…비율 4위·증가속도 5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19와 초저금리 환경을 거치면서 우리나라가 불명예스러운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 타이틀을 가지게 됐지만, 최근 높은 금리·부동산 거래 부진·대출 규제 속에서 정상급 속도로 빠르게 꺼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 3일 금융위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세계부채 모니터링 보고서와 함께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따른 전체 가계부채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스위스(125.6%), 호주(109.3%), 캐나다(102.1%) 다음”이라며 "지난 1년간 동 비율의 감소폭은 영국(-4.6%p), 스웨덴(-4.5%p)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IIF는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를 내고 작년 4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00.1)이 가장 높았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선진국 12개국과 신흥국 30개국을 모두 포함한 데이터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동 비율 순위는 4위로 내려간다.
이런 추세로 미뤄 올해 GDP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2.1%)대로 2%를 웃돌고,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목표(1.5∼2.0%) 안에서 관리된다면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중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3분기(100.5%) 100%를 뚫고 올라간 뒤 약 4년 만에 처음 90%대로 내려오게 된다.
앞서 지난해 8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는데, 100% 밑으로 떨어뜨리는 1차 과제가 올해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연초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소 안정되면서 '가계부채 100% 하회' 실현에 힘을 싣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371억원으로 지난 1월 말(695조3143억원)보다 7228억원 늘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불었지만, 월간 증가 폭이 1월(2조9049억원)보다 크게 줄어 지난해 6월(+6332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소 수준에 이르렀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KB·신한·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최근 대출 금리를 올린 데다, 지난달 26일부터 은행들이 일제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정을 적용하면서 대출 한도까지 줄어든 만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지 않는 한 당분간 가계대출이 급증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민간 부채의 다른 한 축인 기업 빚의 경우 계속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125.2%)은 네 번째로 높았다. 한국을 웃도는 나라는 홍콩(258.0%)과 중국(166.5%), 싱가포르(130.6%)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기업 부채 비율은 1년 전인 2022년 4분기(121.0%)보다 4.2%p 더 올랐다. 러시아(8.4%p·72.9→81.3%)·사우디아라비아(8.2%p·55.6→63.8%)·중국(7.7%p·155.8→166.5%)·인도(7.0%p·53.7→60.7%)에 이어 5위 수준의 오름폭이다.
한은도 지난해 12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민간 신용 레버리지(차입)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집계한 작년 3분기 말 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227.0%)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을 따로 보면, 가계(101.4%)는 직전분기(101.7%)보다 0.3%p 낮아졌지만 기업(125.6%)이 운전자금 수요와 은행 대출태도 완화 등의 영향으로 1.6%p 높아졌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