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돌봄비 부담해결 시급, 최저임금 차등 불가피”
최저임금제도 취지 고려, 사회적 합의 필요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봄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 |
한국은행은 5일 돌봄서비스 외국인 인력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돌봄 인력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부담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저렴한 돌봄인력 수급이 병행되지 않으면 각종 사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5일 ‘BOK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급증하는 (돌봄 서비스)수요를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임금 상승을 통해 내국인 종사자를 늘리는 것은 높은 비용 부담과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은은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을 내국인 근로자 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차등임금 제언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는 이슈다.
실제로 돌봄 비용 부담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월평균 간병비(370만원)는 고령가구(65세 이상)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이며, 육아 도우미 비용(264만원)도 30대가구 중위소득의 50%를 상회한다. 2023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4405만원 가량을 감안하면 맞벌이 부부 중 1명의 소득이 고스란히 돌봄 서비스에 쓰이는 셈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택하면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언했다. 주거 여건 상 입주가 어려운 경우 등엔 사용자조합을 만들어 공동숙소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관리감독 문제도 일부 해결된다.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등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홍콩에서 33만8000명(전체 취업자수의 9%)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47%가 육아, 46%가 노인돌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월평균 임금 및 최저임금은 2022년 기준 약 87만원 및 77만원 수준으로 전체 최저임금(시간당 6600원)을 크게 하회했다.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는 방식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 경우 해당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할 수 있다. 업체 등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관리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최저임금이라는 제도 철학에 일부 반하게 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를 강제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그런데 돌봄 부문만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면 가장 취약한 저임금 근로자 중 하나를 보호하지 않는 셈이 된다.
이와 관련 한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하여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돌봄서비스 부문의 경우에는 인력난과 비용 부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차등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 부족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2년엔 19만명이 모자랐으나, 2032년 38~71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2042년 61~155만명으로 더 확대된다. 이로 인한 가족 간병의 증가는 2042년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현재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비용 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가 향후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돌봄서비스 일자리에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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