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아그라-5 미사일 다탄두 기술 시험 성공
中 관영매체 “역내 안정 해칠 것” 경고
中도 핵탄두 증강하고 파키스탄 핵개발 지원해 견제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가 다탄두 기술 시험에 성공한 아그나 5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인도가 중국의 주요 도시와 주요 요충지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다탄두(MIRV)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핵무기 역량 확대를 지원함으로써 인도를 견제하는 한편 자국의 핵탄두를 증강하는 등 핵무기 경쟁에 나섰다.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2개의 기사를 통해 인도의 아그니-5 미사일의 다탄두 시험 비행 성공에 대해 “역내 안정을 해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인도 정부는 북동부 벵골만의 압둘 칼람 섬의 한 시설에서 자체개발한 아그니-5 미사일의 다탄두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험함으로써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시험 발사에서 발사된 탄두의 정확한 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다탄두 미사일에는 12개 이상의 탄두가 탑재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아그니-5의 첫 비해시험인 ‘미션 디비아스트라’를 성공적으로 치른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과학자들이 자랑스럽다”며 개발진의 공로를 치하했다.
첸펑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사거리 5000㎞의 아그니-5 미사일은 인도의 주요 가상 적국이 중국임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아그니-5의 사거리 내에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경제 중심지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해 중국 본토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아그니-5가 동시에 여러 개의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ICBM인 점도 경계했다. 매체는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다탄두 미사일은 더 공격적이고 방어하기 어렵다”면서 “인도가 군사적 모험주의에 빠지면 아시아 지역은 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1970년 미니트맨 Ⅲ 미사일을 통해 처음 개발한 다탄두 기술은 냉전 시기 핵 무장 경쟁의 중심에 서 있던 기술이다. 하나의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에 비해 각 탄두의 비행 포물선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핵심 군사시설 보다는 인구나 산업시설이 밀집된 전략적 목표를 상대로 쓰인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이에 미소 양국은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Ⅱ를 통해 사용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다른 핵무기 보유 국가들은 해당 조약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다탄두 미사일 개발을 이어왔다.
인도와 카슈미르 지역에서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의 인도의 핵개발과’ 발사체 실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실험 발사를 앞두고도 중국이 상양홍 1호와 3호 등 과학조사선 2척을 인도양에 파견해 이번 실험의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했다는 게 인도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관련 해역에서 과학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은 평화와 과학적 이해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자국의 핵 무기를 증강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인도 등 잠재적 적국과의 핵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41개의 핵탄두를 2035년까지 1500개로 늘릴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보다 앞서 1970년대부터 다탄두 탄도 미사일 기술을 개발해온 중국은 자국 탄도 미사일의 탄두 탑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3~5개의 탄두를 탑재했던 ‘둥펑 시리즈’를 개선해 최대 10개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둥펑-41을 개발, 배치했다.
게다가 중국은 인도의 또다른 경쟁 국가인 파키스탄의 핵무기 증강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 세관 당국은 지난 1월 23일 중국에서 파키스탄 카라치로 향하던 몰타 국적 상선을 단속해 컴퓨터 수치제어(CNC) 기계를 압수했다. DRDO는 이 기계가 파키스탄 방산업체 ‘코스모스 엔지니어링’에 건넺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외교 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중국은 1990년대 초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후 글로벌 비확산 목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인도는 주요 군사적, 정치적 적대 국가인 중국과 파키스탄이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깊은 관계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