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조업 등 빠져 “원매자들 허탈”
산은 합병 선결조건에만 급급 지적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들이 실사를 진행하며 매물 가치평가를 시작한 가운데, 화물사업과 연관성이 높은데도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자산이 있어 인수·합병(M&A) 시장 관계자들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선결조건 충족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른바 ‘반쪽짜리 매물’ 매각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컨소시엄, 에어인천 등 적격인수후보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상세 실사에 돌입했다. 인수후보들은 내달 하순까지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매물의 재무상황과 사업현황 등을 검토한다.
인수하려는 업체들은 합종연횡 움직임이 활발한 반면 정작 실사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깊게 살펴볼만한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부재한 자산은 항공기 지상조업 서비스와 격납고다.
화물·여객터미널에서 운반해 온 화물 및 수하물을 항공기에 싣고, 항공화물 운송용 컨테이너(ULD)로 도착한 화물을 기체에서 안전하게 내리는 상하역 서비스는 항공기 지상조업(Aircraft Ground Handling) 업무 중 하나다.
아시아나항공은 100%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지난해 기준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임직원 수가 1732명에 달할 정도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한국공항, 외항사는 스위스포트코리아에 각각 지상조업 업무를 맡기고 있다.
이처럼 화물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자산임에도 매각 대상에서 제외돼 허탈감을 느끼는 원매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항공사가 자체 지상조업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인력을 직고용하거나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한다. 전자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후자의 경우 화물 탑재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어 비행기가 제 때 뜨고 내리지 못할 리스크가 있다.
격납고도 원매자 사이에서 화두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 2개의 격납고를 보유 중인데, 이 또한 매각 대상 목록에 속하지 않았다.
격납고는 항공기 정비 및 보관에 필요한 시설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주력 화물기인 B747의 평균 기령은 27년으로 노후한 편이다. 상시 점검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인수자가 격납고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비바람을 맞으며 기체 안전점검을 실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를 진행할 의지를 잃어 손을 놓고 있는 실무자도 존재하는 분위기”라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했던 자산이 없어 허탈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파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자가 향후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마련해주는 것에는 소홀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한 선결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독립해 나가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홀로서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조건 마련 또한 필요하다”고 짚었다. 노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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