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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TSMC보다 美 보조금 더 받는다는데…‘대가’ 없는 잭팟 없다? [김민지의 칩만사!]
뉴스종합| 2024-03-17 15:28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AFP]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 달러(약 8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 전쟁 속에서 미국이라는 확실한 동맹국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분석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대가 없는 보조금은 없겠죠. 원래 삼성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보조금 규모는 25억~30억 달러 수준입니다. 이보다 2.5배에 달하는 60억을 받게 된다면 삼성은 그 대가로 무엇을 약속했을까요? 오늘 칩만사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최종 지원금 규모는 이달 말 확정적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게 390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는 칩스법(ChipsAct)를 제정했습니다. 600여개 기업이 보조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엔 삼성전자도 포함돼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삼성의 파운드리 공장의 지난해 전경 [SNS 캡처]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423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올 연말 가동이 목표입니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지원금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대로 삼성전자가 60억달러를 받게 된다면, 이는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해진 인텔(100억달러) 다음 두번째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 보다 많다는 점이 주목할만 합니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2배 더 높은 투자 금액인 40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 2기를 짓고 있습니다. TSMC가 받을 예상 보조금 규모가 50억 달러인데, 삼성전자가 이보다 많은 60억 달러를 받게 된다면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에 들어가는 170억달러 외에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당초 테일러시에 부지를 확보할 때 파운드리 공장 인근에 10개가 넘는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만큼의 부지를 확보해놓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추가로 1~2개의 공장 건설이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추가 공장은 파운드리 또는 패키징 라인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에는 유수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파운드리 시설을 두고 있다면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기도 쉽습니다. 최근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이에 요구되는 3D 패키징 공정 라인이 함께 들어갈 가능성도 높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이 삼성전자의 상당 규모 추가 투자와 함께 발표될 예정이라고도 전했는데, 이달 말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삼성이 보조금을 받게 되면 한국 반도체 업계 전체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더욱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로이터]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건 물론, 레거시(범용) 반도체에 대한 압박 가능성도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도체 부품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로 하여금 자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히고 있습니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의 칩스법 제정 후 구형 중고 장비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창고에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은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쑤저우에는 패키징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를 획득해 8세대 제품까지 선단 공정 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이 인증은 언제든 번복될 수 있어 리스크는 잔재합니다.

한편, SK하이닉스도 현재 미국 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투자 규모는 약 150억달러(약 20조원)로, 위치는 애리조나주가 유력하다고 전해집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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