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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인 예치금 우르르 나가면 뱅크런’…당국, 인뱅 가상자산 LCR 기준 2.5배 강화
뉴스종합| 2024-03-18 09:49
비트코인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따른 자금 유입과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거래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했다. 1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일일 가상자산 거래량이 1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대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 기준을 2.5배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뱅크런’ 우려가 나오면서 처음 가상자산 예치금에 대한 LCR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수신 잔액 중 업비트 거래를 위한 예수금 비중이 높은 케이뱅크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상자산 예치금에 대해 강화된 LCR 산정 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LCR은 ‘30일간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의미한다. 본래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예치금은 그중 40%만이 30일 내에 유출될 수 있는 현금이라고 가정하고 LCR을 산정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100% 빠져나간다고 가정하고 LCR을 산출하라고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이 2.5배 강화된 것이다.

처음 LCR 산정 기준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지난해 3월 SVB가 뱅크런으로 파산하면서부터다. 당시 SVB가 하루 아침에 파산한 원인으로 자금 이탈을 용이하게 만든 ‘디지털 뱅킹’이 지목됐다. 이에 시중은행 대비 송·출금이 편리한 인터넷은행의 뱅크런 우려도 지적됐다.

이에 당국은 특히 유출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에 대해 LCR 산정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조금씩 상향, 연말부터 본격 가상자산 예치금이 100% 빠져나가는 가정을 적용토록 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면 은행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란 우려는 항상 제기돼왔다”며 “해당 조치로 인터넷은행들의 LCR 비율은 많이 내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LCR 산정 기준 강화는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과,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가상자산 예치금 비중이 매우 낮고, 케이뱅크는 반대로 매우 높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이달 초부터 한도계정 해제 조건을 대폭 완화한 상태다. 신규계좌 개설 후 3일 경과, 코인 거래 300만원 이상, 업비트로 3회 입금 등 조건을 충족하면 한도를 풀어준다. 한도가 해제된 정상계정은 1일 입금 5억원, 출금 2억원까지 가능하다. 해당 조건은 빗썸, 코인원 등 가산 자산거래소와 연결된 농협은행, 카카오뱅크 대비 월등히 유리한 조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비트에 있는 가상자산 자금을 투자자들이 다 빼면 일차적으로는 케이뱅크 계좌에 돈이 들어온다”며 “여기까지만 진행되면 코인값이 폭락하는 등 상황이 안 좋아져도 은행에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갑자기 기존의 예치금까지 우르르 빠져나가면 그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LCR 산정 기준이 강화되면서 두 은행의 LCR은 점차 내림세다. 카카오뱅크의 월별 평균 LCR은 4월 946.65%, 5월 890.21%로 감소하다 9월 평균 689.5%로 감소했다. 케이뱅크 역시 4월 272.78%, 5월 260.98%을 기록하다 9월 209.73%을 기록했다.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유동성비율은 여전히 시중은행 대비 높은 편”이라며 “기준을 강화해 LCR 수치가 감소한 것이지 현금이 줄어든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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