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도망가도 소용없다” 주차장 문콕 뺑소니, AI가 바로 잡아낸다
뉴스종합| 2024-03-18 13:52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문콕’하고 도망간 뺑소니 차량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쉽게 판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기계공학부 이용구 교수 연구팀이 AI 기술을 통해 전체 CCTV 영상에서 물피도주(주차 뺑소니) 발생 시점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7년 6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물피도주 사고의 처벌 범위와 강도가 강화됨에 따라 신고 건수도 크게 늘어 실제 경찰이 접수한 물피사고는 2016년 36만2384건에서 2020년 62만6609건으로 증가했다.

물피도주 사고 발생 시, 차량 내 블랙박스에 저장된 영상을 확인하는데 만약 영상이 저장되지 않았다면 주변의 CCTV를 통해서 가해자를 추적해야 한다. 이때 CCTV 특성상 방대한 분량의 영상 판독이 필요하며, 이러한 영상 수사 방식은 담당 조사관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히 주차 뺑소니 사고는 고의성 입증 여부가 쉽지 않고, 고의성이 입증되더라도 최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뿐이다. 그에 비해 사고의 발생 시기를 찾기 어렵고, 조사에 애로사항이 많아 현장 상황을 고려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일선 현장에서 사용하는 동영상 축약 프로그램은 라이선스 비용이 약 1500만 원으로 매우 비싸다. 무엇보다 물피도주에 특화된 것이 아닌 방범 목적으로 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객체의 작은 흔들림을 감지하지 못하고 호환성 문제 등 물피도주 수사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용자 소프트웨어 예시.[GIST 제공]

연구팀은 데이터셋 수집 비용과 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실제 차량이 아닌 RC카를 이용하여 데이터셋을 수집했다.

실제 차량과 RC카의 외관은 매우 유사하며, 객체 인식 모델로 실제 차량을 학습한 가중치로 RC카를 인식하였을 때 유사한 정확도가 나와 RC카로 데이터를 수집하여도 실제 차량과 유사한 성능을 보일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최신형의 블랙박스는 충돌 감지 센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CCTV 영상 시점에서만 데이터셋을 수집했다.

연구팀은 직접 수집한 물피도주 영상 800건을 분석한 후, 인공지능 네트워크에 학습시켜 차량의 충돌 시점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충돌 시점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연속된 프레임에서의 움직임의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시간 정보’와 객체의 구조와 형태를 파악하기 위한 ‘공간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야 하므로 연구팀은 동시 분석이 가능한 3D-CNN을 사용했다.

피해차량이 특정되어 있는 물피도주 사고 특성 상, 피해차량의 주변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어서 불필요한 배경 정보가 네트워크에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전처리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이용구(오른쪽) 교수와 신건우 AI대학원 석사과정.[GIST 제공]

차량의 충돌 영상은 충돌 시의 흔들림이 반복적인 움직임을 띄기 때문에 미충돌 상황에서의 움직임 패턴과 구분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 성과는 물피도주 사고가 의심되는 상황 전후로 해당 객체의 움직임 및 어떠한 경로로 움직였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담당 조사관이 직접 영상 분석을 하는 것에 비해 업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을 광범위하게 설치되어 있는 CCTV에 적용하면 범죄 예방 및 분석에 활용할 수 있어 지역 사회의 안전을 강화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크다.

이용구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로 방대한 CCTV 영상 분석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상용화를 통해 빠르게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처리함으로써 사회적 신뢰와 안전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JCDE(Journal of Computational Design and Engineering)’에 2월 19일 온라인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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