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구멍 뚫리고 부엌과 거실 창문은 날아가”
주민 2만5000명, 지하철역 대피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향해 러시아가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러시아가 미국 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직후 21일(현지시간) 키이우를 향해 약 6주 만에 미사일을 무더기로 날려보내면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안보 정책에 영향력이 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키이우를 다녀간 직후 작정한 듯 폭격을 가했다.
키이우 중심부 포딜 지역에 사는 여성 발렌티나 이바니브나(80)는 새벽 5시부터 창문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고 미 CNN 방송에 말했다. 이바니브나는 "집에 구멍이 뚫렸고 부엌과 거실에 있는 창문은 날아가 버렸다"며 "(피해가 없는)다른 벽 뒤에 있는 침실에서 자고 있던 덕에 파편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아나스타샤 슐하도 가게 출입문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봤다. 그는 "가게가 공격받은 건 작년 봄에 이어 두 번째"라며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부서진 출입문을 교체할 때까지 가게를 떠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어린이 3000명을 포함한 주민 2만5000명이 시내 지하철역으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시민들이 지하철역에 빼곡히 모여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이는 개전 초기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CNN은 전했다.
주거용 건물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긴 모습, 차량이 흙과 먼지로 뒤덮여 엉망이 된 모습을 촬영한 사진 등도 게시됐다.
앞서 러시아는 이날 새벽부터 키이우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2기와 순항미사일 29기 등 미사일 총 31발을 발사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탄도미사일이 북한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방공망으로 미사일을 전부 격추했으나 잔해가 떨어지면서 1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대규모 미사일 폭격이 이뤄지기 불과 몇 시간 전인 지난 20일 키이우를 찾은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을 면담한 뒤 미국의 군사 지원 패키지가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 행정부의 군사 지원 예산안이 의회에 장기간 계류 중인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 일을 완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지원 패키지에 대해 하원에서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가 또다시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이러한 테러는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군사 지원을 해 줄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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