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술김에 건드렸다간” 아무도 몰랐다…‘이 유리’ 한 장, 1억보다 비싸다
뉴스종합| 2024-03-30 18:51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서울 한 애플스토어 외관. 밤에 촬영한 모습이다. 주목할 건 바로 ‘유리’다. 뭐가 다를까 싶지만, 자세히 보면 일단 크기부터 다르다. 통으로 제작된 유리다. 2장을 이어놓은 옆 매장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투명도. 화려한 조명과 빛 반사 등에도 불구, 내부가 투명하게 관찰된다. 그래서 이 유리는 한 장에 얼마일까? 정확한 금액은 비공개이지만, 1억원은 훌쩍 뛰어넘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수로, 술김에 유리에 흠집이라도 냈다간,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할 수 있다. 애플은 전 세계 애플 스토어에 고집스레 고수하는 기준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유리다. 왜 이렇게 크고 비싼 유리를 쓰는걸까?

뉴욕 애플스토어의 유리 지붕 [세닥 홈페이지]

애플 및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쓰는 유리는 독일의 세계적인 유리 가공업체 세닥(SEDAK)으로부터 납품받는다. 유리벽은 물론, 유리 지붕이나 곡선 유리 등에도 활용된다. 뉴욕 애플스토어의 경우엔 400㎡ 규모로 유리 지붕을 구축했는데, 여기에 사용된 유리 패널 하나가 최대 길이 12m에 이른다.

전체가 유리로 된 계단도 애플 스토어의 디자인 중 하나. 세닥은 이와 관련, “안전하면서도 투명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며 “유리를 통해 경계를 넓히는 게 애플 스토어 유리 디자인”이라고 밝혔다.

중국 항저우의 애플 스토어 [애플 홈페이지]

애플 스토어 강남점의 경우 유리 외관의 높이가 25피트, 약 7.6m에 이른다. 옆 건물과 비교해보면 약 3층 높이가 통 유리로 돼 있는 셈이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애플 홈페이지]

애플은 내부 정책상 구체적인 유리 패널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유리 한 장 당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일례로 과거 뉴욕에서 제설차가 실수로 유리 패널을 깬 사건이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때 애플은 유리 패널 하나를 수리하는 데에 약 6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유리업체 모른글라스(mornglass)에 따르면, 애플 스토어 내에서도 가장 비싼 게 바로 ‘유리’다. 애플이 유리에 ‘집착’하는 건, 유리 소재를 활용해 내부와 외부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내부에서도 외부와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중국 항저우의 애플 스토어. 여기에 쓰인 유리는 높이 15m에 이른다. [애플 홈페이지]

유리 크기 뿐 아니라 투명도도 핵심이다. 애플 스토어에 사용되는 유리는 일반 투명유리보다 철분 함량이 적은 ‘저철분유리’다.

유리 원료 중 철분은 투명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통상 유리 단면을 보면 녹색 빛을 보이는 것도 함유된 철분 때문이다. 유리 속 철분 함량을 줄이면 유리 색이 투명, 무색에 가까워진다. 당연히 가격은 일반 유리보다 몇배 더 비싸다. 이 같은 투명도를 고수하면서 크기까지 점차 키우고 있으니 당연히 유리 한 장 당 가격은 수억원을 호가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이 같은 애플 스토어의 유리 디자인에도 그 근원엔 스티브 잡스가 있다는 사실. 잡스가 생전에 관여한 마지막 특허 디자인도 애플 스토어와 관련된 디자인이었고, 2012년엔 애플이 잡스가 디자인한 애플 스토어의 유리 구조물도 특허로 등록했다는 게 공개되기도 했다.

dlc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