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은행, 인도 7.5% 성장, 중국 4.5% 둔화 예상
미중 대립 등 지정학적 위기로 반사이익
인도 반도체·전기차 산업, 각각 150조원·30조원 급성장 전망도
소득수준 증가로 여행·보석·외식 등 재량 지출도 늘 것
[123RF]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인도가 중국을 넘어서는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 등 외신은 중국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도에 대한 경제 전망은 밝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WB)은 3일 올해 인도 경제가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의 성장률은 4.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인구 규모에서 중국(14억3000만명)을 이미 넘어서 14억4000만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구매력평가 환율 기준으로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중국은 경제 성장이 계속 둔화해 지난 2년간 평균 성장률이 4.1%에 그쳤지만, 인도는 7.0%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포브스는 인도가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수치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중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생산가능인구(15~64)가 계속 감소하지만 인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중국은 자본 축적이 이미 많이 이뤄져서 신규 투자의 생산성이 낮은 반면 인도는 인프라 확충 및 외국 기업 유치로 투자 생산성이 높은 산업을 키워갈 여지가 충분하다.
인도 콜카타에 새로 만들어진 지하철 구간 [AFP] |
인도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로 인프라 정비, 주거 환경 개선, 항만 확장 등에 지난해보다 예산을 11% 늘리며 인프라 지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도 경제성장 초창기에는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여 빠른 성장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바 있다.
국가마다 개발할 주력 인프라가 다르고 인도가 중국만큼 성장하기 위해선 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도의 인프라 개발 투자는 경제 전망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인도 구자라트주 돌레라 특별투자지구에 조성 예정인 반도체 산업 지구. [아바라히 웹사이트 캡쳐] |
미중 대립과 지정학적 위기로 인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 통상 및 기술 마찰을 겪고 있지만 인도는 대미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증가했다. 2050년까지 중국의 평균 잠재성장률은 대략 4%이지만, 인도는 6% 이상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및 전기차산업 육성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맹국들과 함께 국제조약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및 소프트웨어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결정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이를 한 층 더 강화했다. 또 BYD를 필두로 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막기 위해 생산지에 관계없이 중국 생산업체의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7.5%에서 125%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이 각각 150조, 30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인도는 ‘2026년 전자제품 제조 3000억달러(405조원)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2026년까지 전자제품 생산 규모를 3000억달러까지 늘리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휴대폰, 가전 생산 규모를 2026년까지 현재의 약 2배 이상 규모인 1100억달러, 230억달러(32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도의 한 판매원이 보석 전시장에 금목걸이를 배치하고 있다. [로이터] |
인도는 3년 후 약 1억명의 중산층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도인들이 여행·보석·외식 등 재량소비재에 대한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량소비재는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니지만 자금 여유가 있을 때 사고 싶은 소비재를 의미한다.
아비섹 말호트라 맥킨지 뭄바이 사무소 파트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B2B(기업간거래) 서비스와 제조업에 크게 의존해 성장해온 인도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며 “소득 수준이 낮을 때는 인도인 대부분이 식료품과 주거 등에 돈을 썼지만 소득 수준이 늘면서 재량 지출을 확대하려는 욕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인도 가계소비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인도인들이 식품보다 자동차·텔레비전·가구 등 내구소비재와 같은 재량 품목에 더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협회(ACMA)에 따르면 지난 1월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7.3%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경기 둔화로 물가와 소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여행·관광업 등을 제외하고는 소비 위축이 지속되면서 내수 시장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로봇공학, 생명공학, 인공지능, 에너지, 첨단소재 등에서 기술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GDP의 2.4%는 연구개발에 투자 중이다. 반면 인도의 연구개발 투자는 GDP의 0.6%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 개발 인력의 수도 중국과 여섯 배 가량 차이 난다.
포브스는 “인도가 단시간 내로는 중국을 능가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두 국가 간의 경제적 격차는 차츰 줄어들 전망”이라며 “부상하는 인도에 추월 당하지 않기 위해 중국은 경제·외교·군사 분야를 비롯한 거의 모든 면에서 정책적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