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구율 80%에도 신중한 입장
조업 중단 손실 835억원 추산
가격 상승 전망에 D램 가격 협상 중단
대만 신주과학단지의 TSMC 반도체 팹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대만 강진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입은 피해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조업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생산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4일(현지시간) 대만 롄허바오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발생한 지진의 영향을 여전히 평가 중이지만 전체 웨이퍼 팹(생산시설) 장비의 80% 이상이 복구됐다”고 말했다. TSMC는 대만 전역의 공장 건설 현장에서 즉각 작업을 중단한 후 피해 상태를 점검했으며 완전한 복구를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TSMC는 이날 저녁 다시 성명을 내고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포함한 주요 장비는 모두 손상되지 않았다”면서도 “소수 장비가 손상돼 일부 생산 라인은 생산 재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TSMC는 이날 저녁쯤 생산을 모두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피해 현황을 평가한 결과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톰스하드웨어 등 반도체 관련 전문 매체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조업 중단과 생산 시설 피해로 TSMC에 약 6200만달러(약83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EUV 노광장비 등이 손상되지 않았더라도 공장 기둥과 벽, 파이프 라인이 지진으로 손상돼 조업이 완전히 회복되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TSMC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이사야리서치는 이날 메모에서 TSMC의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 타이중에 있는 생산시설의 가동의 중단됐던 만큼 일부 제품 선적이 늦어질 것이며 생산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웨이퍼 투입량을 늘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사야 리서치는 “강진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중한 조치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나노미터(㎚) 첨단 공정 시설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고 이 공정의 EUV 노광장비가 8~15시간 가동을 멈춘 만큼 영향이 없을 수 없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바클리는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고도로 정교한 반도체 팹은 진공상태에서 연중 무휴로 24시간 가동돼야 한다”면서 “가동 중단으로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실리콘 웨이퍼나 메모리 반도체 등 제품 생산과 조립단계 등에 단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고객사의 재고가 줄어들면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필요한 D램 가격 협상을 중단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