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연이은 공무원 사망에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공직사회 “뒷북 대응” 비판
뉴스종합| 2024-04-29 09:20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악성민원 희생자 추모 다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공무원 사망 사건이 이어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악성 민원 대책’으로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를 시작했다. 다만 공직 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본질을 벗어난 ‘뒷북 대응’이라는 냉소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2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시를 비롯해 인천 서구·미추홀구·부평구, 대전시,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부산시 등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담당업무와 직책을 비공개로 바꿨다. 또 이들 지자체는 각 부서 출입문 앞 직원 배치도에 붙어 있던 각 직원의 사진도 없앴다.

홈페이지에서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비공개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곳까지 합치면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에 나선 지자체는 5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상정보를 비공개로 바꾼 한 지자체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름과 번호를 없애서 ‘좌표’ 찍히는 일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라며 “한명이라고 비슷한 일을 당하는 직원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문제 자체의 본질을 벗어났고, 의미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홈페이지가 아니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담당 공무원의 신상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민원 관련 업무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자체 공무원 A씨는 “본인이 원하는 민원 업무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에도 수십번 전화하고 신상을 알아내고, 정보공개청구를 계속 넣는 것이 일상”이라며 “이같은 민원인에 대해 대처하는 부서를 만들어 주거나, 민원 횟수를 제한하는 등 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 B씨 역시 “어떤 전화를 받건 직원들은 소속을 말하게 된다”라며 “홈페이지 검색 좀만 해도 문서에 실명이 나오는데 이게 대책이 맞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내선 번호를 통해 전화를 걸면 담당자는 부서와 이름을 말한다. 또 지자체 홈페이지에 관련 문서를 검색하면 담당 공무원 이름이 나온다.

직원 신상정보 비공개를 결정한 김포시 홈페이지에 이름이 비공개로 나와있다. 김포시 홈페이지 갈무리

이름 공개 여부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대책이라며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휴대용영상장비 운영, 법적 대응 전담부서 지정, 안전요원 배치 등 기존에 나온 대책들도 결국은 강제성이 없다 보니 예산 등을 핑계로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없고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한 수도권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해외의 경우 악성 민원인은 연락할 수단·시간·직원 등을 정해 피해르 최소화하고 있다”라며 “공무원 개인 정보 유포를 금지할 수 있는 입법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 사이에서도 민원인의 위법 행위를 막자는 여론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민의 98.9%는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위법행위를 당하면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온라인 국민소통창구인 ‘소통24’에서 지난 8∼15일 진행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17.4% 국민은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 원인이 ‘처벌 미흡’에 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위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선 설문 대상자 대부분이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98.9%)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공무원 신상정보 비공개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각 지자체의 보완책을 당부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악성 민원으로 공직 선호도가 낮아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라며 “신상정보 비공개와 동시에 민원 채널을 정비하는 노력을 함께해야 부작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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