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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본궤도에 오르나…내달 조태열 방중·한중일 정상회의 최종 조율
뉴스종합| 2024-04-29 09:51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내달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최종 조율하는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면서 소원했던 한중 관계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미일 협력 강화에 주력해 온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중국과의 관계 진전을 통해 전략적 공간을 마련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9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조 장관은 내달 초중순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왕 부장은 지난 2월6일 조 장관 취임 후 상견례를 겸한 첫 통화에서 중국 방문을 초청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양자 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2022년 8월 한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산둥성 칭다오를 방문한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양자 간 회담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열린 지 6개월여 만이다.

정부가 내달 26~27일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에 앞서 조 장관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는 시점이 중요하다. 그동안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개최를 최종 확정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조 장관 취임 후 왕 부장과의 첫 대면 회담인 만큼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양자 현안을 협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실패하면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감시망을 복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을 시작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과 중국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인적교류를 대폭 확대하는 만큼, 한중 외교가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할 주요 창구가 될 수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2일 2024년 재외공관장회의 개막식에서 “중국과 원칙 있는 외교기조를 견지하면서 경제인문교류 등 착실하게 성과를 축적해 상호 신뢰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고자 한다”며 “한일중 정상회의를 통해 양국관계 발전을 추동하도록 세심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한중 간 고위급 교류는 맥을 이어왔지만 양국 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선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하자 중국이 크게 반발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발언해 우리 정부가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만났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시 주석을 예방했지만, 양국 관계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올해 3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4월 한국 총선 등 양국의 국내 주요 정치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재개될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난 22~25일 하오펑(郝鹏) 랴오닝성 당서기가 팬데믹 이후 중국 지방정부 당서기로는 처음 방한해 조 장관과 오찬 협의를 했다. 오는 6월 신창싱(信長星) 장쑤성 당서기가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