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교 교육으론 부족”… 10대 대상 성범죄 증가하자 사설 성교육 인기
뉴스종합| 2024-04-29 10:00

사진은 기사와 무관.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지난 26일 오전 10시, 서울 소재 한 구립 도서관에서 주최한 학부모 대상 성교육 강의에 40여명이 참석했다. 강의를 진행한 이석원 씨는 “성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는 가족 간에도 신체 접촉 시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경계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강의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아이를 안아줄 때에도 동의를 받아야 하느냐”, “반 친구들이 자녀를 계속 만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 질문이 쏟아졌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가 늘어나며 학부모들 사이 사설 성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설 강의들 중엔 아들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많다.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가 청소년 사이 늘어나면서 성별을 불문하고 우리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등에 따르면 사설 성교육은 2020년을 전후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메신저 앱에서 미성년 여성 등에게 성착취 영상물 제작을 강요했던 ‘N번방’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 학부모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1년에 500회가량 강의를 진행한다는 강사 이씨는 “유치원부터 절이나 교회에서도 학부모들이 모여서 강의 신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설 성교육을 찾는 학부모들은 대개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에 불만족한 이들이 많다. 2017년부터 성교육 강의를 진행해온 김대군 씨는 “디지털 성범죄 교육과 관련해 어떤 범죄가 벌어지는지 실질적인 사례를 제대로 듣고 싶다는 분들도 있고, 연애를 하는 학생들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디테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자녀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악용해 ‘공포 마케팅’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김씨는 “강의 중 자녀가 성범죄자가 되면 벌금을 얼마나 내야 한다든지 등에 초점을 두어 교육했을 경우 부모나 학생 입장에서 교육보다 두려움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학부모들의 관심은 성범죄 피·가해자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미성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들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평균 연령이 2017년 14.6세에서 2022년 13.9세로 낮아졌다. 피해자 4명 중 1명(25.4%)은 13세 미만이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또 가해자 10명 중 1명(11.7%)은 미성년이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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