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빅5 ‘주1회 휴진’ 돌입 …환자들 “정부·의사, 타협해야”
뉴스종합| 2024-04-29 10:10
29일 오전 7시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 환자들이 진료륻 대기하고 있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발생한 의료공백 사태가 7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다섯 곳에 소속된 교수들도 ‘주 1회 휴진’에 나선다. 환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져가는 가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만남이 의정 갈등 해법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교수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등 대형병원 교수들이 주 1회 휴진에 들어간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당장 30일부터,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5월 3일을 휴진일로 잡았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하루를 골라 쉬기로 했다.

그동안 병원에 남은 교수들은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호소해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지난 12일부터 약 일주일간 전국 대학병원 임상 여교수 4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6%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었으며, 80시간 넘게 근무하는 사람은 27.4%였다.

환자들은 의대 교수들의 높은 업무 강도에 공감하면서도 장기화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보였다. 이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환자 박모(59) 씨는 “지금 의사 빼고 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지 않느냐”며 “의사들) 이 정도 고집 피웠으면 이젠 그만하고 주장을 굽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이제는 기대를 안하는 편을 선택했다. 기대를 안하면 차라리 실망이라도 없으니”라고 말했다.

더불어 환자들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에서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나오길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민주당은 여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거듭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채혈실 앞에서 대기번호표를 뽑고 앉아있던 60대 환자 이모 씨는 “투병생활은 환자도 환자지만, 그 옆에서 병 수발을 드는 가족들이 정말 힘들다. 환자의 고통에 가족 수를 곱해야 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뭐라도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시름 덜고 싶다”고 말했다.

안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A씨는 “의사들이 워낙 강경한 태도를 보여서 걱정인데, 그래도 회담에서 뜻이 모아지면 의사들도 좀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환자들 바람대로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해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대응해 의료대응인력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의대 교수의 갑작스러운 사직이나 휴진으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의료인력을 추가 파견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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