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기업연체율 금융위기 수준, 경제 활력 높이기 우선해야
뉴스종합| 2024-04-29 11:09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액이 1900조 원에 달하고 원금과 이자를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지난해 말까지 4년간 추가로 받은 대출이 570조 원으로 코로나19 이후 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한계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금리 지속에 경기 한파를 직격 당한 건설 기업들의 연체율이 높아 우려스럽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이 금융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대출은 코로나19 시기인 2019년 말부터 작년 말까지 매 분기 평균 10.8%씩 불어나 570조원이 추가로 늘었다. 이 중 부동산업(175조7000억 원)과 건설업(44조3000억 원)의 증가분이 전체의 38.8%다. 문제는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기업 비중이 늘어난 데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취약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57.4%로 IMF 외환위기시 고점(67.8%) 수준에 비해서는 낮지만, 금융위기시 고점(34.1%)보다는 크게 높다. 기업부채의 취약성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연체율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분기 말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32%로 전년 동기(0.27%)는 물론 전 분기(0.29%)와 비교해 크게 높아졌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1분기 0.34%에서 올 1분기 0.41%로 크게 뛰었다. 건설업은 더 하다. 농협을 뺀 4대 은행의 3월 말 기준 건설업 평균 연체율은 0.78%로 1년 전(0.37%)의 2.1배다. ‘PF발 위기설’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면서 부동산 PF 부실 확산 위험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1분기에만 1조6079억 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했는데도 계속 쌓이는 상태다. 좀비 기업과 부실채권의 속도감 있는 정리 등 위기관리 능력을 한층 높여야 할 때다.

근본적으로는 경기 활력을 높여야 기업 경영에도 온기가 돈다. 최근 한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 대상 기업 절반 이상이 22대 국회의 중점 추진 과제로 ‘경제 활력 회복’(60.6%)을 꼽았다.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허덕대는 기업들의 하소연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이자 감면·연장 등 당장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것 못지 않게 규제 혁파를 통해 일할 맛 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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