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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뒤집겠단 한국 레슬링 ‘샛별’
엔터테인먼트| 2024-04-29 18:17

[헤럴드경제(장흥)=박준규 기자] 체육인들이 한 목소리로 한국 레슬링의 미래로 지목하는 서병기(충북체고·사진)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공략하는 스타일을 구사한다. 지난 25일 전라남도 장흥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제2회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배 전국레슬링대회’(이하 헤럴드배) 결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서병기는 고등부 자유형 70kg 결승에서 맞붙은 송진우(경북체고)를 초반부터 압박했다. 상대의 목덜미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이어가다, 일순 상대를 넘어뜨려 허리를 강하게 부여잡은 채 뒤집기를 시도했다. 라운드가 시작하고 불과 30초 만에 6점을 확보했다. 이후 꾸준히 상대의 하체를 공략하며 무게중심을 흔들었다. 여유롭게 4점을 더 쌓으면서 10대 0. 경기 시작 1분40여초 만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1일차 대회 시상식을 마친 뒤 메달을 목에 걸고 만난 서병기 선수는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지 않은 상태로 계속 전진 스텝을 이어가면서 상대를 밀어붙이는 전략을 쓴다”며 “이게 잘 먹혀들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럴드배 3일차(27일) 고등부 그레고로만형(67kg) 토너먼트에서도 압도적 실력을 과시하며 포디움 제일 위에 섰다.

25일 헤럴드배 레슬링대회 고등부 자유형 70kg 결승에서 서병기 선수가 송진우 선수를 뒤집는 모습 [대한레슬링협회]

그는 주니어 무대에서 주목할 만한 결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 1위(그레고로만형 63kg), 같은 해 11월 제49회 대통령기 전국시·도대항 레슬링대회 1위(그레고로만형 63kg). 이어 올 2월 열린 제2회 기업은행배 아시아주니어 및 아시아카뎃 파견 선발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주니어 대표로 선발됐다.

가슴에 태극기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오는 7월 아시아 각국의 레슬링 유망주들이 모이는 국제대회에 나선다. 최근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 선수촌에 들어가서 훈련을 시작했다. IBK기업은행의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국내외 전지훈련을 거치며 단련할 계획이다. 또 다른 레슬링 기대주인 장성민(경북공고), 박인성(광주체고) 선수들과 함께하게 된다.

“해외 전지훈련 가게 되는데 외국 선수들은 체질이 달라서 맞잡기(상대의 손, 팔꿈치, 가슴을 맞대고 붙잡거나 목 등을 맞잡는 기술)부터 감이 다릅니다. 외국 친구들하고 많이 겨룰수록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상식 이후 카메라 앞에 선 서병기 선수 [대한레슬링협회]

서병기 선수는 선배들의 경기 운영 스타일을 유심히 분석한다. 전진 스텝을 이어가면서 맞잡기를 능숙하게 해내는 정한재 선수(수원시청)와 맞잡기를 잘게 쪼개서 노련하게 공·수를 이어가는 류한수 선수(삼성생명)는 존경하는 롤모델이다.

레슬링 입문은 중학교 1학년. 맞붙은 상대를 넘어뜨릴 때 관중석에서 터지는 환호성과 이겼을 때의 짜릿함이 레슬링을 즐겁게 이어가게 하는 이유라고 서병기 선수는 말한다.

주니어 선수지만, 한국 레슬링의 침체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는 “2028년 LA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은 큰 목표”라며 “결코 쉬울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꾸준히 정진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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