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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해외증시 거래액, 전월 대비 17조원 ‘뚝’…3년 만에 최대폭 줄었다 [투자360]
뉴스종합| 2024-04-30 10:24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해외 증시를 향해 매달 빠른 속도로 늘어갔던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렬이 이달 들어 급격하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증시에 대한 거래액(매수+매도액) 기준으로 전월 대비 17조원이 넘게 줄어들며 36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하면서다.

전월比 거래액 증가세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시(미국· 일본·중국·홍콩·유로시장·기타)에 대한 4월(1~29일 종가 기준) 총 거래액은 289억5724만달러(약 39조8452억원, 매수 149억9430만달러·약 20조6322억원, 매도 139억6294만달러·약 19조2130억원)로 한달 전 415억8182만달러(약 57조2166억원)와 비교했을 때 126억2458만달러(약 17조3714억원)나 줄어든 수치다.

전월 대비 거래액 감소 폭으로는 지난 2021년 4월 기록한 163억7515만달러(약 22조5322억원) 이후 정확히 3년 만에 가장 큰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은 연속적으로 이전 달에 비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시에 대한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한 바 있지만, 이달 들어 급제동이 걸리며 5개월 만에 급감세로 돌아섰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들어 급등한 원달러 환율로 인한 환차손에 부담감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시 거래액 중 미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95.6%에 이른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하 전망 후퇴 등 매크로(거시경제) 악재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심이 약화된 가운데, 올 들어 고점에서 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단기 주가 하락세를 ‘조정세’로 인식, 반등을 노리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매도에 나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순매수액 1위 자리 되찾은 테슬라…‘저가 매수’ 유입

이달 들어선 테슬라가 서학개미 ‘원픽(최선호주)’ 자리를 되찾았다. 3억5344만달러(약 4863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로 1위를 차지하면서다. 지난 1월(3억2696만달러·약 4499억원) 이후 두 달간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붐을 맨 앞에서 이끈 엔비디아(2월 4억653만달러·약 5594억원, 3월 3억7308만달러·약 5134억원)에 순매수액 1위 왕좌를 내줬지만, 석 달 만에 그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을 사들인 가장 큰 이유로 ‘저가 매수’를 꼽았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종가까지 32.26% 하락한 바 있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초(1일 현지시간) 종가와 비교했을 때도 3.96% 하락했고, 지난 22일(현지시간)엔 장중 138.80달러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중국산(産) 저가 전기차와 가격 경쟁 심화로 이윤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서학개미들의 순매수세는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근거로 두고 있다. 이달 순매수액 5위(6177만달러·약 850억원) 종목으로는 테슬라 주가 흐름을 1.5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주가 상승’에 서학개미들이 베팅한가운데, 전문가들은 최근 비관론에 가깝던 향후 테슬라 주가 흐름에 대한 전망이 호전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콘퍼런스콜에서 저가 신차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무인택시) 개발이 진척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월가(街)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론 배런 배런캐피털 회장은 “테슬라 주가는 지금이 바닥”이라며 “새로운 저가 전기차를 500만대가량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테슬라가 궁극적으로 완전한 자율주행(FSD) 기술을 다른 자동차 업체에 판매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 XTB의 연구원 캐슬린 브룩스는 “새 모델에 대한 세부사항은 별로 나온 게 없지만, 머스크의 움직임은 영리하다”며 “그것은 마이너스 현금흐름과 높은 수준의 자본 지출을 정당화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순매수액 TOP10 중 8개가 ETF…‘반도체·美 국채·美 증시 지수’ 테마 강세

이달 들어 해외 증시 투자 흐름에서 주목할 점은 ETF에 대한 선호도가 초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 중 1위 테슬라, 8위 메타플랫폼을 제외한 8개 종목이 모두 ETF였다.

또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크로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단일 종목 투자에 비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ETF에 대한 매력이 더 커졌을 것”이라며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취하는 투자자들도 레버리지나 인버스, 곱버스 ETF 상품을 활용해 단일 종목에 비해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ETF 투자에 나섰을 것”이라고 봤다.

4월에도 연초부터 이어온 ‘반도체’ 섹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액 2위(1억8704만달러·약 2574억원)에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가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4월에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4% 안팎으로 하락했지만, 개미들은 추가 상승을 노리고 ‘저가 매수’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하며 미 장기 국채 수익률이 치솟는 가운데서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ETF에 대한 순매수세도 몰렸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미 장기채 투자상품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와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 국채로 구성된 ‘ICE US 20년 이상 미 국채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좇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美 국채 불 3X’ ETF가 각각 4위(7449만달러, 약 1025억원), 7위(5368만달러, 약 739억원) 자리를 차지하면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60엔에 육박한) 엔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연말로 갈수록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는 가운데 미일 금리 차도 점진적으로 축소되면서 엔·달러 환율은 상승 폭을 되돌려가고 BOJ가 4분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엔화의 점진적 반등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4월 들어 ‘조정세’를 보이고 있는 미 증시 주요 지수의 반등에 베팅하는 서학개미들도 많았다.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ETF는 순매수액 3위(8487만달러·약 1168억원)에 자리 잡았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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