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엔화로 美 국채 산 일학개미 ‘한숨’
뉴스종합| 2024-04-30 11:22

일본 엔화가 34년 만의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면서 엔화로 된 자산에 투자한 ‘일학개미’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한숨은 더 깊다. 채권 가격 상승과 환차익 모두 챙기는 ‘이중 호재’를 노렸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점점 미뤄지고 엔저 현상에 환손실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한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26일 기준)은 ‘아이셰어즈 미 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로 순매수 규모는 3억5451만달러(약 4887억원)에 이른다.

순매수 2위 역시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2887만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로 중장기 미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아이셰어즈 미 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는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향후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과 더불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하지만 최근 미국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찍고 엔화 가치는 34년 만에 최저치(엔화가치 약세)로 떨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는 환손실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다.

국내 ETF 상품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환율 변동에 자산을 노출하는 환노출형 ETF가 대표적이다.

닛케이 평균을 기초지수로 하는 ETF인 ‘TIGER 일본니케이 225’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3%로 닛케이 평균의 올해 상승률(14%)에 크게 못 미친다. 주가가 올랐어도 환차손이 생겨 합산 결과, 수익률이 깎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같은 기간 ‘TIGER 일본엔선물’의 수익률은 -4.7%를 나타냈다.

일본펀드 수익률도 내림세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간 일본펀드 수익률은 -6%를 기록했다. 이 기간 중국펀드(5.5%), 인도펀드(4.5%) 등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올 들어 11% 넘게 올랐지만 이달 들어 수익률이 꺾이는 모습이다. 4월 들어 ▷KODEX 일본TOPIX100(-322억원) ▷TIGER 일본엔선물(-180억원) ▷ACE 일본반도체(-6억원) 등의 순자산도 줄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엔화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날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엔화값은 34년 만에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가 반대로 4엔 넘게 급락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시장에서는 엔저가 가속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이날 오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수하는 직접 개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시장에선 150엔 중후반 수준이 일본 정부의 엔·달러 환율 방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 1일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분위기가 엔화값 하락에도 영향을 끼친 만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더 늦추겠다는 점을 시사하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회의 내용이 얼마나 매파적일지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 흐름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이는 엔·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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