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美 헤리티지재단 “K-조선과 군함 협업 강화해야” 힘 받는 HD현대·한화오션 [비즈360]
뉴스종합| 2024-04-30 14:10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정조대왕함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미국의 군함 건조 능력 개선을 위해 한국 조선사와 적극 손잡아야 한다는 미 싱크탱크의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 군함 건조 경험이 있는 HD현대, 한화오션 등이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을 우선 공략 중인 가운데, 미 군함 시장에서 K-조선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달 발표한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는 좋은 첫 발걸음이지만 더 나아가야 한다’ 보고서에서 “(미국은) 군함 등을 생산하기 위해 한국 조선소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973년 설립된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공화당 대표 싱크탱크로 공화당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보고서를 발간할 뿐만 아니라 미국 행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모형. [한화오션 제공]

헤리티지 재단은 보고서에서 미군 전반에 걸쳐 무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의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태평양 내 필요한 군함 규모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막대한 선박 건조 능력을 보유한 만큼 (의회가 제시한 목표치와 실제 건조 가능한 군함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도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올해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델 토로 장관은 최근 “한국에 갔을 때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화 수준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행법상 안보를 이유로 해외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실적인 제약에도 미국에서 한국 조선사와의 협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현지 선박 건조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시장 경쟁을 중시했던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끊으면서 미국 선박 건조능력은 현재 19위까지 하락했다.

정기선(왼쪽 세번째) HD현대 부회장이 올해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앞줄 가운데) 미국 해군성 장관에게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현재 전 세계에서 다양한 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일본은 한국에 비해 선박 건조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선박 수주 순위에서 일본은 한국, 중국에 밀려 줄곧 3위에 머물러 있다. 중국, 일본이 지닌 한계점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국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에 8400t급 군수지원함을 인도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8척의 해외 함정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전투함, 잠수함을 수출했다.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을 수출한 회사는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권혁웅(왼쪽 세번째) 한화오션 대표이사가 올해 2월 한화오션을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왼쪽 두번째) 미국 해군성 장관에게 함정 건조 현장을 안내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은 우선 연간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함정 MRO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MRO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미국 내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은 미국 시장 연착륙을 위해 현지 기업과의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소재의 필리조선소와 손을 잡았다. 미국 함정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필리조선소에 함정 설계 및 자재 공급을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터빈 기업인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수출 함정에 최적화된 추진체계 개발을 위한 기술협약을 맺었다. 한화오션은 약 9000억여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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