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강력한 홍합 접착력에서 영감” 10초면 ‘나노입자’ 조립 뚝딱
뉴스종합| 2024-04-30 14:29
이번 연구결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표지.[G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물 속에서도 강력한 접착력을 지닌 홍합을 닮은 나노입자 정전기적 조립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정현호 교수 연구팀이 홍합의 수산기 분리 메커니즘에 착안해 나노입자의 조립 기술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기존 나노입자 조립 기술은 추가적인 장비나 에너지가 필수적이며, 정전기력 기반 조립 기술의 경우에도 전처리 및 시간 단위의 긴 공정시간이 필요해 산업적인 대량 생산 및 상용화에 요구되는 속도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양성자 보조를 통해 나노입자의 부착 속도를 향상시켰다. 이번 연구 성과로 기존 대비 최대 1000배의 속도로 몇 초 내에 조립이 가능해져 그간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나노입자 기반 소자의 대량 생산 및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처리 없는 입자 조립 기술을 통한 재료 선택의 다양화, 유리질 재료 기반 풀컬러 메타표면(왼쪽), 유연 박막 전극(가운데), 3D 프린팅 구조체(오른쪽).[GIST 제공]

크기가 100nm 이하인 나노입자는 종전에 사용되던 고전적인 재료와 달리 새로운 성질을 나타낸다. 최근 이러한 나노입자를 실용화하기 위해 원하는 크기, 모양, 성질을 조절하여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콜로이드 기반 용액 공정이 개발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기술 발전의 핵심 요소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100nm 미만의 콜로이드 기능성 나노입자를 2인치 웨이퍼 기판 전면에 단 한 번의 코팅 방법으로 10초 안에 신속하고 균일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부족해 상용화의 어려움이 있었다.

나노입자 조립 기술은 나노입자와 대상 표면 간의 전기적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나노입자를 표면에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물질이 물과 상호작용하여 표면에 생성하는 수산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주형(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정현호 교수, 박사과정 김도은 학생, 석박사통합과정 마지영 학생, 석박사통합과정 김규린 학생, 한장환 박사후연구원, 석박사통합과정 김현민 학생.[GIST 제공]

연구팀은 양성자를 추가해 수산기를 제거하고, 표면전위를 조정하여 나노입자 표면으로의 정전기적 인력을 강화했다. 이 방법을 통해 10초 안에 웨이퍼 전면의 입자 조립이 가능하여, 결과적으로 기존 방법보다 최대 1000배 빠른 속도로 나노입자를 표면에 고밀도로 조립할 수 있어 사업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였다.

양성자 보조 정전기적 조립 방법은 절연 특성이 있는 유전체나 고분자 재료를 포함하여 재료 선택의 다양성을 높였으며, 마이크로 패턴에서 2인치 웨이퍼에 이르는 대면적 조립, 단단한 유리에서부터 유연한 3D 형상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기하학적 플랫폼에도 나노입자를 몇 초 안에 조립할 수 있다.

또한 전체 웨이퍼에 걸쳐 선택적으로 나노입자를 조립할 수 있고 균일성과 일정한 정전기적 성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상 발생할 수 있는 부분 결함인 불균일 코팅 영역만 재코팅이 가능한 ‘결함 치유’ 성능과 원하는 공간에 입자를 가져다 놓아 특정 패턴 제작이 가능한 ‘픽 앤 플레이스’ 등의 다양한 광학 효과 구현이 가능하다.

정현호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빠르고 쉬운 나노입자 조립을 통해 고성능 나노소자의 산업 생산 간의 격차를 줄이는 효율적인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광학 의료 진단기기, AR/VR 기술, 광통신 시스템과 같은 첨단 장치 및 기술이 실제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권두삽화(Frontispiece)로 선정돼 4월 18일 출판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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