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반도체 아니네” 라면株 4월 상승률 1위
뉴스종합| 2024-05-01 11:11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정유화학, 조선·중공업 등 한국 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섹터들을 제치고 4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부문은 화장품·라면·음식료품주가 포진한 ‘필수소비재’였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한국거래소(KRX)가 도출한 총 28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는 10.03%를 기록한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였다. 해당 기간 KRX 산업지수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2위도 9.47% 상승한 ‘KRX 필수소비재’ 지수가 이름을 올렸다.

뒤따른 3위 ‘KRX 자동차(3.75%)’, 4위 ‘KRX 기계장비(3.35%)’, 5위 ‘KRX 건설(2.92%)’ 등과 비교했을 때 ‘필수소비재’ 관련 지수들의 상승률이 월등하게 앞선 모양새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1.99%, 4.04%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필수소비재 섹터의 상승세는 더 두드러졌다.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를 구성하는 총 19개 종목 중 등락률 1위는 4월에만 주가가 40.38% 오른 ‘라면주’의 대표 삼양식품이었다. 지난달 30일 장중 삼양라면 주가는 30만35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양식품 주가의 고공행진을 이끈 것은 단연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이었다. 덕분에 실적 기대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실적 예상 평균치)에 따르면 매출액(3228억원)과 영업이익(417억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43%, 74.4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월 예상 매출액(3039억원)·영업이익(339억원)과 비교했을 때 각각 6.22%, 23.01% 상승한 수치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도 오히려 실적에 날개를 다는 모양새다. 원재료비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보단 미국 등 대박을 기록 중인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이윤이 확대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세로 인해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다”고 짚었다. 대표 ‘라면주’로서 해외 시장에서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는 농심 역시 지난달 주가가 8.01% 오른 것도 같은 이 같은 맥락이다.

원조 ‘식품 대장주’로 꼽히는 CJ제일제당의 주가도 4월에만 14.63% 오르며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 내 상승률 5위를 차지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식 물가의 연이은 상승으로 가정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신선식품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폭이 작았던 가공식품에 대한 수혜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화장품’ 종목들의 강세도 4월엔 확연했다. ‘KRX 300 필수소비재’ 종목 중 지난달 상승률 ‘톱(TOP) 10’ 중 2위 아모레퍼시픽(39.62%), 3위 아모레G(26.50%), 4위 코스맥스(16.65%), 8위 LG생활건강(10.53%), 10위 한국콜마(7.73%) 등 절반이 화장품주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세는 호실적이 이끈 모양새다.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오른 727억원을 기록, 증권가 컨센서스였던 509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기회”라며 “중국 법인에서 발행한 적자폭이 예상보다 작았고, 중국 소비자가 보유한 화장품 재고가 감소함에 따라 2분기에 수요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10개 분기 만에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등한 LG생활건강 역시도 화장품주의 질주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 이어지며 투심을 자극한 것이 주가 상승세로 이어진 모양새다.

각 종목들의 실적 개선세에 더해 ‘매크로(거시경제)’ 측면의 환경도 필수소비재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단 분석도 나온다.

국내 생산·투자 등 둔화 속에서도 소비만큼은 반등세를 보였다는 점이 필수소비재주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산업생산지수와 설비투자지수가 각각 전월 대비 2.1%, 6.6% 감소한 데 비해, 소매판매지수는 1.6% ‘나 홀로’ 상승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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