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도매시장까지 왔는데...꽃값 너무 올랐네요”
뉴스종합| 2024-05-07 11:07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화훼공판장 내 화환상가에 카네이션이 진열되어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국산 카네이션 거래량은 수요 감소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37% 감소했으나, 가격은 13.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준 기자

“동네에서는 꽃 가격이 너무 비싸 꽃 시장을 왔는데, 꽃 시장 가격도 많이 올랐네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진(32) 씨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카네이션을 사기 위해 양재동 꽃도매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동네 꽃집에서 대량 주문을 하면 그래도 꽃 가격이 살만했는데, 요샌 물가 부담이 정말 너무 커져서 새벽에 꽃 시장을 올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동네보다는 확실히 꽃 시장이 싸서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생화꽃도매시장은 북적였다. 부모님과 시댁에 주기 위한 꽃을 사러 왔다는 박모(36) 씨는 “출근 전에 미리 가격이 싸다는 꽃 시장을 찾아왔다”면서 “동네에서는 (이 정도 양의)꽃을 사려면 10만원은 줘야 하는데, 그래도 여기선 5만원도 안 든다”며 웃었다. 박 씨는 카네이션 등 여러 꽃을 구매하고, 이곳을 떠났다. 이곳의 카네이션 20송이(한 단) 가격은 1만원 선이다.

그러나 꽃을 사지 않고 그냥 구경만 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꽃을 구경하다가 떠난 황모(41) 씨는 “꽃다발을 선물로 드릴까 해서 왔는데, 그냥 생화보다는 현금을 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구매하지 않았다”며 “꽃을 드린 이후에 부모님이 꽃을 처리하는 것도 귀찮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꽃 시장 상인들은 치솟는 물가로 인해 꽃 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상인 전모(62) 씨는 “카네이션의 경우 이제 내일이 지나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꽃”이라며 “시장을 찾는 이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구매한 꽃이라도 최대한 많이 팔리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4월부터 정말 바빴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며 “올해는 특히 사람이 더 없어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가정의 달의 상징과도 같은 카네이션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4월 22일부터 5일까지 거래된 카네이션 수량은 4만6027건이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51%(10만3449건)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 종료 여파로 잠시나마 거래량이 늘었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카네이션 거래량은 약 80% 감소했다.

다른 상인들도 ‘대목이 사라졌다’며 입을 모았다. 꽃 가격이 갈수록 상승하는데, 판매 가격을 올리는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꽃을 주고받는 문화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A씨는 “꽃 가격이 일단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올랐는데, 시장에서는 경쟁 때문에 무작정 가격을 올려서 팔 수가 없다”며 “꽃을 주고받는 문화도 사라지고 있는데,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찬바람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문화가 달라져서 카네이션 등 꽃을 주고받기 보다는 다른 선물을 주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며 “생화의 경우 유통기한이 길지 않기 때문에, 폐기 걱정이 큰 도매시장 상인들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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