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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취임식에 이도훈 주러대사 참석…중러와 '관계관리' 나서는 韓
뉴스종합| 2024-05-08 09:5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7일(현지시간)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섯 번째 취임식에 우리측 대표로 이도훈 주러시아대사가 참석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달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추진하는 등 중국·러시아와 관계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에 이 대사가 참석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국가 대사들도 취임식에 초청했다고 밝혔었다.

이는 미국, 일본과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중 20개 국가가 푸틴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며 ‘보이콧’한 것과 다른 행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하며 취임식에 대사를 보내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초청에 응해 이 대사를 참석시켰다. 앞서 우리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에서 투표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도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가치외교’를 표방하며 선명한 외교노선을 보였고, 한미일 3각 협력 및 한일 관계 개선에 외교력을 집중했다.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은 유럽 순방 도중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다. 같은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했다. 북러는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전방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한러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의 관계로 얼어붙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을 비호하고 있고, 최근에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가 종료됐다. 한국과 러시아는 양국 지도자의 발언을 공격하며 서로 맞초치하며 대치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구금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는 북중러의 전략적 협력 구도, 북한과 일본의 물밑 대화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고, 현지 교민과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보호를 위해 양자 현안 차원에서도 한러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직전 주러대사를 맡았던 만큼 러시아와 대화 채널 유지에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이 비공개로 방한하면서 관계 관리에 첫발을 뗐다. 정부는 이번 푸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러 간 여러 주요 현안이 있고 나름대로 한러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국과도 고위급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달 중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고, 오는 26~27일로 예정된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리창 중국 총리가 방한할 예정이다.

북한은 한중, 한러 관계를 예의주시하며 북중, 북러 관계를 더욱 과시하는 방식으로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 취임식쯤에 친서를 보내 “다시 한번 열렬히 축하하시고 러시아 국가와 인민을 위한 책임적인 사업에서 훌륭한 성과가 있기를 축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승했을 때도 축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