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회의록 공방·외국인 의사 도입 ‘설상가상’… 10일 법원 결정 주목
뉴스종합| 2024-05-09 09:22
보건복지부는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42차 회의를 박민수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개최, 비상진료체계 운영현황·의사 집단행동 현황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중앙사고수습본부 제42차 회의를 주재하는 박민수 부본부장.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2000명 확대 추진에 대해 법원이 10일까지 증원 근거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회의록 제출을 둘러싼 정부 부처의 입장은 오락가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에게도 국내 의료 행위를 허용한다고 발표하며, 의료계에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9일 교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0일까지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 근거를 제출받고,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다음주께 결론을 낼 예정이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의대정원 증원의 과학적 근거자료, 현장실사 등 조사 자료, 배정위원회가 각 대학의 세부적인 인원을 배정한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증원을 논의한 회의체의 회의록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회의록 유무가 의정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정부 부처의 말 바꾸기가 이어지며 2000명 증원이 결정된 배경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회의록 유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논의한 협의체로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가 있다. 복지부는 전문위 회의록과 관련해 5일에는 “의결 기구가 아니라 회의록이 없을 것”이라며 “법적으로 작성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6일 “회의 결과를 정리해 둔 건 있다”고 했다가 7일 “법적으로 작성 의무가 있는 만큼 작성해 보관하고 있으며, 법원의 요청에 따라 회의록을 제출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법정 기구인 보정심 회의록에 대해선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있다”고 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 정원 배정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연합]

교육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의대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유무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다. 교육부는 4일 “회의 내용과 위원 발언을 요약한 회의록이 있다”고 밝혔으나 6일 “배정심 속기록은 없으나 회의 결과 요약본은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7일에는 “정상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했다”면서 8일에는 “법적인 의미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에 회의록을 제출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제출 여부 확인은 못해준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8일에는 “고등법원에서 배정위 회의록을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계는 회의록을 둘러싸고 정부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맹공격하고 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난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유기, 공공기록물 폐기 등 혐의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박민수 차관, 교육부 이주호 장관·오석환 차관·심인철 인재정책기획관을 고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재판부가 배정위 회의록을 내라고 요구했는데도 교육부가 거짓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9일 김영환 충북지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까지 정원 증원을 막아서며 정부의 악재는 더해지고 있다. 증원의 당사자인 대학들까지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7일 부산대는 교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담은 학칙 일부 개정 규정안을 부결했다. 제주대 또한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8일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가능케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꺼내들며 초강수를 뒀다.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받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친 이후 이르면 이달 말 시행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등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일 경우에 한해서다. 의료계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날고 기는 한국 의사들 놔두고 저질 의료인을 데리고 오려 한다”며 복지부 발표를 비판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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