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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도 가성비’ 멸균우유 수입 급증
뉴스종합| 2024-05-09 11:06
서울의 한 마트에 다양한 제품의 우유가 진열돼 있는 모습 김희량 기자

멸균우유 1분기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국산 우유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싼 멸균우유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다.

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1분기(1~3월) 기준 멸균우유(HS코드 040120) 수입량은 약 1만835t으로, 전년 동기(6241t)에 비해 74%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멸균우유 수입량이 직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까이 역신장했기에 이 같은 변화는 더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 3월 멸균우유 수입량은 4983t으로, 전년 동월 대비 배 가까이(93%) 늘었다.

멸균우유는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고온에서 균을 사멸시킨 우유로, 수입산 멸균 가격은 일반적으로 국산 우유보다 저렴하다. 실제로 국내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폴란드산 수입 멸균우유(1ℓ)는 2100원으로, 국내산 우유(1ℓ, 3200원)보다 30% 이상 싸다.

멸균우유 수입량이 늘어난 것은 국산 우윳값이 오른 탓이다. 지난해 7월 원윳값이 ℓ당 88원 오른 1084원으로 확정된 뒤 유업계는 우유 소비자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원윳값 인상 여파로 우유의 올해 1분기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2% 올랐다. 이는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1월 2.8%, 2월 3.1%, 3월 3.1%)인 3%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윳값이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은 멸균우유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우유(자체 상품 우유)로 갈아탔다. 이는 마트나 편의점 멸균우유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한 대형 마트의 경우 원윳값이 인상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수입 멸균우유 매출액은 직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로 뛰었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수입 멸균우유의 매출 자체가 아직 큰 편은 아니지만 최근 고물가에 따른 알뜰소비와 맞물려 가격도 저렴하고 소비기한도 길기에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GS25에서는 멸균우유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7~8월 대비 올해 3~4월 기준 수입 멸균우유 판매액은 99.2% 증가했다. 1월부터 수입 멸균우유 판매를 시작한 CU도 초도물량 약 15만개를 출시 3주 만에 완판했다.

멸균우유가 향후 유업계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4’ 자료에서 “원유 생산량은 농가 폐업 지속 등으로 2025년 185만4000t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유제품 수입량은 계속 증가해 2033년에는 271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원유 가격은 5월께 통계청이 발표하는 축산물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라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다. 지난해 가격 인상폭은 6월에 시작해 약 2개월간 진통을 겪다 지난해 7월 말에 확정됐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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