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韓가계부채비율 100% 아래로
뉴스종합| 2024-05-09 11:11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빚(부채)이 3년 반 만에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 아래로 내려갔다.

가계부채는 부동산·주식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에 이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출 증가로 경제 규모를 훌쩍 넘어서왔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통화 긴축이 장기화되자, 이자 부담에 빚 거품이 꺼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 부채는 여전히 축소되지 않고 있어 GDP의 1.2배를 넘어서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네번째다.

▶가계부채 비율 하락 속도 세계 4위=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98.9%)이 가장 높았다.

이어 홍콩(92.5%)·태국(91.8%)·영국(78.1%)·미국(71.8%)이 2∼5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이래 4년간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개선되고 있다.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3분기(100.5%) 100%를 뚫고 올라간 뒤 3년 반 만에 처음 90%대로 내려왔다. 비율이 정점이었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6.6%포인트나 낮다.

속도도 빠르다. 1년 전과 비교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의 내림 폭(-2.6%포인트·101.5→98.9%)은 홍콩(-3.8%포인트·96.3→92.5%), 영국(-3.5%포인트·81.6→78.1%), 미국(-2.8%포인트·74.6→71.8%)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앞서 지난해 8월 이창용 한은 총재가 밝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를 우선 달성한 셈이다.

IIF는 보고서에서 “세계 부채 규모가 올해 1분기 1조3000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인 전체 315조달러(GDP의 333%)를 기록했다”며 “증가의 주요 원인은 중국·인도·멕시코 등 신흥시장 때문인데, 반대로 한국·태국·브라질의 경우 총부채 규모(미국 달러 환산)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부채 비율, 1년간 떨어지지 않고 123%=하지만 기업의 빚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 123.0%로 1년 전과 같았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감안하면 사실상 이자 비용을 지고서라도 ‘빚으로 버틴 기업’이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 홍콩(261%)·중국(170.6%)·싱가포르(127.2%) 3개국 뿐이다.

우리나라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7.1%)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1년 전(47.2%)보다도 0.1%포인트 낮아졌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1.0%)이었고, 싱가포르(172.0%)·미국(120.0%)·아르헨티나(117.7%)가 뒤를 이었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