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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 될라”…해외사업 제동 걸린 국내 플랫폼 기업
뉴스종합| 2024-05-13 10:15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분당사옥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해외 사업이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전 세계 이용자 2억명을 보유한 ‘라인’의 경영권을 두고 부침을 겪으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적자를 거듭한 끝에 유럽 웹툰 시장 진출 거점인 ‘픽코마 유럽 법인’ 철수를 결정했다.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국내 플랫폼 기업에게 해외 시장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간 빅테크 관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내외 요인으로 해외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우물 안 개구리’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분당사옥 전경. [연합]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입장문에서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64% 지분을 가진 A홀딩스이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 중인데, 이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라인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해외사업이다. 라인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 간편 결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여기에 제동이 가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보유한 Z인터미디어트(전 라인코퍼레이션)는 해외사업이 핵심인 라인플러스(한국 법인)을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라인플러스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 중국 등 현지 사업체를 두고 글로벌 사업을 확장 중인데, 네이버가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경우 해외시장 전체를 내줄 위기다.

카카오 직원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 출근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지난 2021년 카카오픽코마는 유럽 콘텐츠 시장의 중심지로 불리는 프랑스에 픽코마 유럽 법인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전역에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한 바 있으나 3년 만에 계획을 접었다.

프랑스 웹툰 시장의 지지부진한 성장이 발목을 잡았다. 1200만유로를 투자했던 픽코마 유럽은 1000만유로(2022년 기준)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프랑스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더욱이 유럽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전망도 있었다.

결국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해외 사업이 갈수록 더 녹록지 않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플랫폼 경쟁력이 곧 국가 ICT의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각국 마다 자국의 플랫폼을 키우려는 보호주의가 극심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라인 사태와 미국의 틱톡 사업 철수 압박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해외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규제가 덜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으며, 젊은 인구가 많은 시장을 개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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