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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 오히려 좋아”…해외진출 늘리는 日외식기업들
뉴스종합| 2024-05-13 11:54

일본 도쿄의 쓰키지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관광객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 외식 기업 점포들이 해외 진출을 늘린다. 엔저로 수입 식재료 비용이 늘어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낫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3일 일본 외식 대기업의 해외 점포 비율이 지난해 기준 처음 40%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역대급 엔저로 내수형 산업의 대표인 외식업이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환위험을 상쇄해 해외 진출을 택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닛케이가 일본 외식 매출액 상위 1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해외 점포 수를 집계한 결과 이들 해외 점포 수 합계는 약 1만3000개에 달해 전체 점포 수의 42%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도 말 시점 해외 점포 비중은 29%였다. 4년 만에 1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올해는 요시노야홀딩스가 규동점 ‘요시노야’에서 125개의 해외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상승한 것이다. 규동점 ‘스키야’로 유명한 젠쇼도 전년과 비슷한 약 600개의 해외 점포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 연탄구이 전문점인 ‘규각’을 운영하고 있는 코로와이드의 지난해 말 해외 점포 수는 389개로 2019년도 말부터 70% 증가했다.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사이제리야도 중국 등 해외 점포수가 같은 기간 18% 증가했다.

외식 전문 대기업 전체의 해외 점포 수는 계속 늘고 있으며 수년 내로 일본 내 점포수를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제조업에서는 환차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외에서의 현지 생산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일례로 도요타 자동차의 지난해 해외 생산 비율은 약 67%이고, 닛산자동차는 약 79%에 이른다.

일본은 최근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160엔대를 기록하며 수입 식재료의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되거나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은 가격 인상을 꺼리는 문화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 거부감이 덜하다. 닛케이는 “외식 기업이 외화를 벌어들여 식자재 비용을 억제할 수 있는 해외 사업을 강화한다면 환율에 따른 실적 변동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이제리야도 일본에서는 가격을 유지하는 한편, 해외 점포에서는 가격을 인상해 성과를 거뒀다. 2023년 9월~2024년 2월의 연결영업이익 중 아시아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인 55억엔(약 484억원)으로 대부분의 이익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의하면 해외 일식 레스토랑 수는 지난해 약 18만7000개로, 2021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닛케이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일본의 음식문화 인지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외식의 해외 전개가 확산하면, 일본의 식재료 수출을 뒷받침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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